KT 구단 창단 첫 완봉승에 홀드왕, 그리고 우승 반지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우완투수 주권(28)이 FA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주권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4년 FA(자유계약선수) 승인 선수 명단에 신규 A등급으로 이름을 올렸다. 15일 2024년 FA 자격 선수로 공시된 주권은 KBO에 FA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하며 데뷔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게 됐다. 주권은 지난 19일부터 해외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상태다.
주권은 1995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재중 동포로, 2005년 한국으로 건너와 2007년 귀화했다. 이후 청주우암초-청주중-청주고를 거쳐 2015년 신인드래프트서 KT 위즈 우선지명으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입단 초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주권이 자신의 이름을 알린 건 프로 2년차였던 2016년이었다. 당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해 28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5.10을 남겼고, 2016년 5월 27일 수원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해냈다. KT 구단 최초 완봉승이었다.
주권은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과 함께 불펜투수로 성공 시대를 열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했고, 2020년 77경기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의 호투와 함께 홀드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막내 KT 구단의 국내 1호 타이틀 홀더가 된 순간이었다.
주권은 KT 마법의 여정의 살아있는 역사다. 2020년 홀드왕과 더불어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이듬해 62경기 3승 4패 27홀드 평균자책점 3.31로 창단 첫 통합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2022년에도 58경기 3승 3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91로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다만 예비 FA 시즌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023년 중국 대표팀으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해 국제 경험을 쌓은 주권은 정규시즌에서 지난해 후반기 평균자책점 5.49 부진을 만회하려고 했지만 42경기 기록이 1승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4.40에 그쳤다. 박영현, 손동현 등 후배들에게 필승조 자리를 내주며 시즌 막바지 대체 선발과 패전조 임무를 맡아야 했다. 이어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4차전에서 ⅔이닝 4실점 쓴맛을 봤다.
주권은 이번 FA 시장의 준척급 불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김재윤, 함덕주, 홍건희 등 수준급 뒷문지기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 가운데 주권 또한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 원소속팀 KT를 비롯해 불펜 보강이 필요한 복수 구단이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뒷문에서 줄곧 성과를 낸 주권은 선발 및 롱릴리프도 소화가 가능한 자원이다. 배제성이 입대하고 소형준이 내년 여름에 복귀하는 KT 입장에서는 주권을 5선발로 활용하는 플랜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주권 활용법을 아는 이강철 감독이 KT와 3년 연장 계약을 한 부분도 주권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아울러 KT는 마무리 김재윤의 타 구단 FA 이적이 유력시 되고 있는 상황. 주권이 KT 잔류와 함께 홀드왕의 면모를 되찾는다면 불펜 뎁스 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타 팀으로 이적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다.
FA로 맞이한 주권의 생애 첫 스토브리그. 그 결말이 궁금해진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