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량 발전이 없나” 일본야구에 실력차 절감…국대 사령탑은 왜 KIA 마무리를 혼냈을까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1.23 08: 40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를 통해 다시 한 번 세계 1위 일본의 높은 벽을 절감한 한국 야구.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은 KIA 마무리 정해영의 문제점을 예로 들며 한국 야구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3월 최정예 전력을 가동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에 4-13 무기력한 대패를 당했다. 그러나 24세 이하 연령별 대회인 APBC는 달랐다. 일본 상대 예선에서 1-2로 무릎을 꿇은 뒤 결승에서도 3-4로 패해 우승이 좌절됐지만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혔다. 문동주, 이의리, 곽빈, 원태인, 노시환, 최승용, 김주원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객관적 전력 열세를 딛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결과였다.
하지만 대표팀 수장은 한국 야구가 일본과의 실력 차이를 좁혔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류중일 감독은 “우리가 잘한 부분도 있지만 상대 선수들이 한일전이라 긴장을 하지 않았나 싶다. 투타 모두 우리와 기량적인 면에서 차이가 컸다. 이번 2경기야 대등하게 했다고 해도 우리 선수들의 기본기가 아직 많이 떨어진다”라고 우려의 시선을 드러냈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2023.11.15 / jpnews.osen.co.kr

9회초 2사 1,2루 위기를 넘긴 대한민국 정해영이 미소짓고 있다. 2023.11.16 / jpnews.osen.co.kr

타석보다 마운드에서 일본의 벽을 실감했다. 구속이 같아도 일본 투수가 던지는 공이 한국보다 위력적으로 느껴졌다. 류 감독은 “우리와 체형이 비슷한 일본 선수들이 145km를 던지면 그 이상으로 보였다. ‘왜 일본 투수들은 볼 끝이 좋고, 우리는 안 좋은가’라는 의문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대한민국 류중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11.16 / jpnews.osen.co.kr
파이어볼러는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오랜 역사를 통해 쌓인 노하우와 우수한 신체 조건이 합쳐져야만 95마일(152km)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탄생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런 투수들이 즐비한 곳이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이며, 최근에는 100마일(161km)이 넘는 공을 던지는 투수도 제법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작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이웃 나라인 일본 또한 파이어볼러를 대거 양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50km를 훌쩍 넘기는 투수들이 잇따라 등장해 빅리거와 비슷한 수준의 공을 던졌고, 한국과 미국 모두 높은 수준을 실감하며 무릎을 꿇었다. 심지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평균 체격 조건이 열세인 국가임에도 160km 이상을 던지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를 배출했다. 
대한민국 류중일 감독이 경기를 준비히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3.11.18 / jpnews.osen.co.kr
류 감독은 한국 투수가 일본 투수를 따라잡기 위한 우선 과제로 유연성 훈련을 꼽았다. 류 감독은 “구속은 힘이 아니고 유연성이다. 일본에는 골반, 어깨 회전근을 강화하는 웨이트 훈련법이 있다. 고관절 쪽을 많이 움직이면서 유연성을 만든다. 우리나라에도 NC, KIA가 같은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어린 선수들이 그 쪽으로 눈을 뜨고 훈련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언급한 선수가 APBC 대표팀에서 류중일호의 수호신을 맡은 KIA 정해영이었다. 정해영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서 KIA 1차 지명을 받고 4시즌 동안 90세이브를 달성하며 KBO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올라섰지만 이번 대회에서 류 감독에게 꾸중을 들었다. 
경기를 마치고 대한민국 정해영이 패배를 아쉬워하고 있다. 2023.11.19 / jpnews.osen.co.kr
류 감독은 “정해영을 보면 처음 들어올 때와 지금의 기량 차이가 거의 없다. 왜 들어올 때와 똑같냐고 혼을 냈다”라며 “결국은 생각의 차이다. 정해영은 그런 훈련의 중요성을 못 느낀다. 팔로만 던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럴 경우 150km를 꾸준히 못 던진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정해영은 유연성 훈련의 메카인 일본 돗토리 월드윙 트레이닝센터로 향해 새로운 훈련법을 배울 계획이다. 류 감독은 “이번에 정해영이 돗토리로 간다고 하더라. 최일언 코치가 그 쪽에 있는데 아버지 정회열이 최 코치에게 아들을 보낼 테니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했다”라며 “정해영의 경우 유연성을 키우면 구속이 더 올라올 것”이라고 바라봤다. 
대한민국 김형준, 정해영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3.11.18 / jpnews.osen.co.kr
이는 비단 정해영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젊은 투수들 모두 훈련의 포커스를 힘에서 유연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시선이다.
류 감독은 “곽빈, 이의리, 문동주도 마찬가지다”라며 “일본 문화를 따라가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 몸에 맞는 근력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 훈련 방법이 중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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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이 일본 대표팀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3.1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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