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사령탑으로 야구대표팀을 이끈 류중일 감독은 우투좌타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대부터 아마야구에서부터 오른손잡이를 왼손 타자로 만드는 우투좌타가 유행하면서 KBO리그의 우타 거포 품귀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류 감독은 “자기 손이 아니면 타격할 때 힘을 100% 싣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APBC에도 김혜성(키움), 나승엽(롯데), 최지훈(SSG) 그리고 문현빈(한화)까지 4명의 우투좌타 선수가 있었다. 문현빈은 대표팀 예비 선수로 대구 소집 훈련에 합류했고, 대체 발탁까지 되면서 도쿄돔 그라운드를 밟았다.
대구에서 문현빈의 타격 훈련을 직접 본 류 감독은 우투좌타인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류 감독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왜 오른손으로 치지 않는지 물어봤는데 원래 왼손잡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사회인 야구하는 모습을 보며 오른손으로 던지는 것을 따라하면서 자연스럽게 우투좌타가 됐다는 문현빈의 설명이 나왔다. 실제 문현빈은 공을 던질 때를 빼고 밥을 먹거나 사인을 할 때도 왼손으로 한다.
문현빈은 “어릴 때는 야구 선수가 될 줄 몰랐다. 아빠가 오른손잡이인데 야구하는 것을 따라했고, 야구를 시작했을 때 이미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고 있었다. 왼손으로도 던질 순 있는데 남들보다 조금 더 잘 던지는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우투좌타가 된 것이 문현빈에겐 오히려 유리하다. 왼손잡이로 야구를 했다면 1루가 아닌 내야수로 뛰기 어려웠을 것이다. 외야로 포지션이 국한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면서 내외야를 모두 넘나드는 멀티맨으로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이번 APBC에서도 문현빈은 외야수로 뛰었다. 한화에서도 보지 않은 좌익수 자리였지만 호주전에서 8회 미첼 에드워즈의 펜스 상단을 직격하는 장타성 타구에 침착한 펜스 플레이로 타자 주자의 아웃을 이끌어냈다. 예선 호주전, 일본전 모두 5번타자로 나설 정도로 타격 능력도 인정받았다.
대만전 대타로 교체출장한 데 이어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타순은 8번으로 내려갔지만 선발 라인업에 들었다. 류중일 감독은 “상대 투수(이마이 타츠야) 공이 빠른데 문현빈이 나을 것 같다”며 그의 강속구 대처 능력을 기대했다. 문현빈은 2회 이마이의 5구째 바깥쪽 높은 150km 직구를 밀어쳐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마음속으로 국가대표의 꿈을 품었던 문현빈에게 이번 APBC는 큰 의미를 갖는다. 풀시즌을 치른 뒤 일본 교육리그, 마무리캠프 그리고 APBC까지 강행군이 이어졌지만 문현빈은 “시즌 때도 경기를 할 때에는 힘든 걸 느끼지 못했다”며 “국가대표 꿈을 생각보다 빨리 이뤘다. 팬들앞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니까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APBC 4경기에서 11타수 2안타 1볼넷으로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19살 신인으로 태극마크 꿈을 이루고 주축으로 기용된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한화가 FA로 베테랑 2루수 안치홍을 영입하면서 내부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지만 내외야 모두 가능한 문현빈의 성장 속도라면 어느 곳에서든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