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FA 시장에서 또 큰손으로 떠올랐다. ‘둘 중 하나는 꼭 잡는다’는 FA 전략이 통했다.
FA 시장이 열린 지 2일째인 지난 20일 롯데에서 FA로 풀린 선수 2명이 연이어 계약 소식을 알렸다. 오전 9시30분 외야수 전준우(37)가 원소속팀 롯데와 4년 총액 47억원(보장 40억원, 인센티브 7억원) 조건으로 1호 계약이 발표됐다.
오후 3시가 넘어선 내야수 안치홍(33)의 계약이 알려졌다. 롯데와 재계약이 아니라 한화 이적이었다. 4+2년 최대 72억원으로 4년 보장 47억원, 옵션 8억원으로 55억원이 기본 계약이다. 이후 2년 계약에 대해선 구단과 선수 모두의 선택권이 발동해야 하는 뮤추얼 옵션으로 2년간 보장 13억원, 옵션 4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FA 2호 계약이자 1호 이적 선수가 된 것이다.
타선 보강이 필요한 팀 사정상 한화는 FA 영입이 반드시 필요했다. 내년 시즌을 마친 뒤 FA 타자 매물이 마땅치 않아 올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치열한 내부 논의가 시작됐고, 롯데 소속의 FA 안치홍과 전준우를 영입 대상으로 선정했다.
10월말 한화 관계자는 “전준우는 타격이 검증된 선수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게임 체인저가 가능한 타격 수준이다. 안치홍도 경기를 읽는 능력이 좋다. 2루수라서 정은원, 문현빈과 포지션이 겹치긴 하지만 둘 다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선수로 포지션을 구분하지 않고 영입을 시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검증된 타격 능력이 가장 컸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팀 연봉 총액 상한선인 샐러리캡에 있어 롯데의 여유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롯데는 지난겨울 포수 유강남(4년 80억원), 유격수 노진혁(4년 50억원), 투수 한현희(3+1년 40억원) 등 3명의 외부 FA를 영입했다. 에이스 투수 박세웅과 5년 90억원 비FA 다년 계약도 맺었다.
팀 연봉 총액이 지난해보다 24.6% 오른 72억1020만원으로 상승했다. 10개 구단 중 6위로 평균 수준이지만 이는 FA 선수들의 옵션 실지급액과 연평균 계약금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전준우와 안치홍의 몸값 상승뿐만 아니라 내년 시즌 후 FA로 풀리는 마무리 김원중과 셋업맨 구승민, 두 명의 불펜 핵심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하는 롯데는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다.
이 점을 간파한 한화는 “안치홍과 전준우, 둘 중 하나는 잡을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실제 FA 시장이 열린 뒤 빠르게 접촉했다. 전준우에게도 꽤 큰 오퍼를 했지만 선수 본인의 잔류 의사가 워낙 강했다. 롯데도 현실적으로 둘 다 잡기는 어렵다고 봤는지 전준우에게 확실한 조건을 내세웠다. 그 사이 한화는 안치홍을 만나 한 번에 최고액을 제안하면서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둘 중 누구라도 잡는 게 필요했다. 전준우도 무척 좋은 선수이지만 그보다 4살 더 젊은 안치홍과 장기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한화로선 더 낫다. 손혁 한화 단장은 “우리는 FA 계약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기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19일 저녁 첫 만남이 계약으로 이어졌다”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선수였고, 선수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일사천리로 계약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안치홍도 “한화에 오게 돼 기쁘다.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빠르게 계약을 하게 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내년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도 기쁜 부분이다”며 “한화가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협상 과정에서 내가 왜 한화에 필요한지 강조해주셨다. 내가 팀에 오게 됨으로써 그동안 부족했던 점이 어떻게 메워질 수 있는지 강조해주신 점이 와닿았다. 나 역시 한화가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이기 때문에 베테랑 으로서 공유할 수 있을 것이 많을 것이란 기대감에서 한화를 선택했다. 서로 잘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