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장식됐다. 득표율 100%의 MVP가 탄생한 것이다. 생애 두 번째(2021년, 2023년) 만장일치 수상자다. 100년이 넘은 MLB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주인공은 오타니 쇼헤이(29)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 또 있다. 화상 인터뷰 속에 등장하는 뜻밖의 존재다. 흰색 바탕에 갈색 무늬가 있는 반려견이다. 약간 쑥스러운 표정(?)으로 수상자와 하이 파이브도 나눈다.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운 것 같다. 화면에서 잠시 사라지기도 했다. USA투데이는 “MVP 발표의 진짜 주인공은 함께 소파에 있던 애완견”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일본 전역에서 궁금증이 폭발했다. ‘견종이 뭐냐’ ‘오타니가 직접 키우는 것이냐’ ‘키스까지 하다니 부럽다’ 같은 댓글이 쏟아졌다. 심지어는 (반려견이 입은) 의상까지 관심거리가 됐다.
초기에는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했다. 견종, 연령대, 건강 상태 등에 대한 저마다의 추측과 진단이 등장한다. 이후 다수의 미디어가 출동해 검증에 나섰다.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까운 결론을 얻었다.
일단 품종은 네덜란드가 원산지인 쿠이커혼제로 판명됐다. 오리 사냥을 하던 견종인데, 2차 대전 이후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연히 일본에서도 희귀종이다. 1년에 100 마리 정도가 태어난다. 현재도 입양하려면 최대 5~6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일로 인기가 더 커졌다. 이제 대기 기간은 측정 불능이 됐다.
연령은 1살 정도로 보인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털에 윤기가 흐르고, 눈빛도 맑아 외견상 건강 상태는 아주 양호하다는 의견들이다. 둘의 유대감에 대한 반응도 팬들의 관찰 대상이다. 상당한 친밀감이 엿보인다는 당연한(?)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 속 의상에도 관심이 크다. 둘은 같은 회사 제품을 입고 있다. 오타니가 홍보 모델로 활동하는 BOSS 브랜드다. 그가 입고 있는 니트 상의는 7만 4800엔(약 65만 원)짜리다. 고가임에도 보도 이후 일본 내에서 M, L, XL 사이즈가 완판됐다.
강아지 옷은 1만 5950엔(약 14만 원)으로 나타났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BOSS 측은 오타니에게 반려견용 제품을 제공한 바 없다. 굳이 스폰서의 힘을 빌지 않고, 자비로 사서 입혔다는 것이다.
가장 큰 궁금증이 남는다. 직접 키우는 반려견이냐, 아니냐 하는 점이다. 퇴임한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최근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쇼헤이가 개를 키우고 있다고? 처음 듣는 얘기다.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에서 밀착 취재하는 일본 보도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이 중 ‘스포츠닛폰’가 이를 집중 취재해 보도했다. 이 매체 온라인판 ‘스포니치 아넥스’는 “최근 기르기 시작한 애견이라고 판명됐다”고 전했다. 아마도 팔꿈치 수술(9월)을 전후한 시점으로 추측된다.
반려견과 관련된 오타니의 일화가 있다. 이와테현 친가에서 오랫동안 키우던 골든 레트리버가 한 마리 있었다. 이름은 ‘에이스’였다.
고교 졸업 후 니혼햄 파이터즈의 지명을 받았을 때(2012년)다. 당사자는 미국행을 고집했다. 입단 협상이 난항을 겪었음은 물론이다. 당시 야마다 마사오 니혼햄 단장이 오타니의 집을 몇 차례 방문했다. 그러면서 ‘에이스’와도 친해지게 됐다. 오타니의 어머니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며 진지한 고민을 충고했다. 이를 계기로 대화가 풀렸다는 해석도 있었다.
일본 잔류의 1등 공신이었던 ‘에이스’는 2017년 7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4개월 뒤다. 오타니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 진출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그는 “오늘이 에이스의 생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키우던 친구다. 살아 있다면 16살이 되는 날이다. 그 친구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것은 11월 11일 오전 11시였다. 니혼햄 시절의 백넘버 11번을 상징하는 시간이다. 물론 이 번호도 ‘에이스’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팬들은 믿고 있다.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