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였다. 월요일 오후 김포공항 1층 귀국장이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을 맞이하기 위해 모인 야구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일 월요일 오후 김포공항 국제선청사 1층 귀국장. 평일임에도 야구선수 이름이 쓰여진 현수막, 카메라, 쇼핑백을 든 수많은 인파가 귀국장에 모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오후 4시 경이 되자 마침내 이들이 기다리는 이의 정체가 밝혀졌다. 일본 도쿄돔에서 아시아 최강 일본과 두 차례나 대등한 승부를 펼치고 돌아온 한국 야구대표팀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은 20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류중일 감독을 필두로 한국야구 세대교체의 주역들이 하나둘씩 개인 짐이 담긴 카트를 끌고 팬들의 환영 속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왔다.
류중일호는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마무리된 2023 APBC에서 개최국 일본의 벽에 막혀 준우승을 거뒀다.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승부치기 끝 3-2, 대만을 6-1로 꺾고 2승 1패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조별리그에서 1-2로 패한 일본을 다시 만나 연장 승부치기 끝 3-4 아쉬운 끝내기패배를 당했다.
그럼에도 도쿄에서 많은 소득을 얻고 돌아온 류중일호였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이번 APBC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것. 마운드에서는 문동주(한화), 이의리(KIA), 곽빈(두산), 원태인(삼성) 등이 향후 대표팀의 10년을 책임질 선발투수로 성장했고, 최지민, 정해영(이상 KIA), 최승용(두산), 최준용(롯데)의 뒷문 활약도 돋보였다.
타선에서는 KBO리그 홈런왕 노시환이 4경기 타율 3할8푼9리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국가대표 4번타자 자리를 굳혔다. 여기에 차세대 안방마님 김형준(NC), ‘제2의 김하성’ 김주원(NC)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운을 그대로 이었고, 도쿄돔 담장을 넘긴 김휘집(키움)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에 힘입어 노시환(1루수), 김주원(유격수)은 2023 APBC 베스트9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문동주, 이의리, 김혜성 등 차세대 스타들을 향한 야구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한 팬은 인터뷰 대기 중인 이의리에게 직접 다가가 선물을 건넸고, 중년의 한 여성팬은 인터뷰를 마치고 귀가하려는 문동주를 향해 “이번 대회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사인 좀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일부 팬들은 선수들이 탑승하는 차로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기도 했다. 곳곳에서 "수고하셨습니다", "사인 부탁드립니다" 외침이 들렸다. 정상급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였다. 질서정연하게 선수들의 인터뷰를 기다리고, 팬심을 표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일본에 벽에 막혀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사령탑은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류중일 감독은 “이 대회가 어린 선수들 기량 향상, 경험을 위해 만든 것이다. 금메달이면 좋았겠지만 그거보다 일본과 두 번 붙은 게 선수들이 자신감이 많이 생겼을 것이다”라며 “특히 선발투수와 중간투수가 너무 잘 던졌다. 다들 희망이 보인다고 하는데 앞으로 이들 모두 부상 없이 꾸준히 기량이 향상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일색이었던 한국 야구대표팀이 올해 아시안게임과 APBC를 통해 세대교체와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듯하다. 이날의 김포공항 분위기를 통해 그 부분이 확연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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