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이 유격수 포지션을 양보했던 것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김하성은 20일 서울 청담동 호텔리베라에서 골드글러브 수상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게 돼서 영광이다. 많은 유소년 선수들과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영감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통산 891경기 타율 2할9푼4리(3195타수 940안타) 133홈런 575타점 606득점 134도루 OPS .866으로 활약한 김하성은 한국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약 363억원)에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202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며 빅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김하성은 데뷔 첫 해에는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가 손목 부상을 당하고 금지약물 적발로 인해 80경기 출장정지 징계까지 받으면서 주전 유격수로 기회를 받았고 150경기 타율 2할5푼1리(517타수 130안타) 11홈런 59타점 58득점 12도루 OPS .708을 기록하며 주전선수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샌디에이고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김하성은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타격에서는 152경기 타율 2할6푼(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749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는 2루수, 유격수, 3루수를 오가며 샌디에이고의 내야를 책임졌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김하성은 지난해 골드글러브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데 이어서 올해는 골드글러브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과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유틸리티 부문에서 무키 베츠(다저스)와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를 제치고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 수상에 성공했다. 한국인선수 중에서는 첫 골드글러브 수상이며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스즈키 이치로(2001~2010년)에 이어서 두 번째다.
김하성은 “작년에도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 때는 수상을 못해서 올해는 시상식을 할 때 집에서 자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너무 울려서 나중에 보니까 수상을 했다고 하더라. 2루수 부문이 먼저 발표를 하고 유틸리티 부문이 마지막에 발표를 해서 라이브로 보고 있었다면 엄청 떨렸을 것 같다. 자고 있어서 다행이다. 둘 다 받았으면 더 좋았을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유틸리티 부문에서 받고 싶었다. 2루수도 좋지만 유틸리티라는 포지션이 예전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멀티플레이어의 가치가 많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수비에서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인정을 받은 김하성은 팀 상황 때문에 유격수를 포기해야 했던 것이 사실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밝혔다. “포지션 변경할 때 부담이 안됐다면 거짓말이다”라고 말한 김하성은 “내가 포지션을 가릴 상황은 아니었다. 나는 포지션보다는 출전시간이 중요하다고, 어디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구단에 전달했다. 코칭스태프와 주변 선수들이 도와줘서 2루수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하성은 고등학교 시절과 KBO리그 시절에도 팀 상황상 유격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으로 경기에 나가는 일이 적지 않았다. “사실은 엄청 싫었다. 멀티포지션을 한다는 것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솔직히 당시 심경을 고백한 김하성은 “고등학교에서도 프로에서도 유격수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고등학교 때 팀 상황이 안되서 3루수와 1루수도 봤고, 프로에서도 3루수로 나가는 상황이 생겼다. 그 때는 싫었지만 그런 경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이렇게 큰 도움이 될줄은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는 싫었던 감정들과 시간들이 성장하는데 엄청난 발판이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2루수 106경기(856⅔이닝), 3루수 32경기(253⅓이닝), 유격수 20경기(153⅓이닝)를 소화한 김하성은 “3루수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타구가 너무 빠르다. 3루수는 핸들링이 필요한 포지션인 것 같다. 타자가 치는 각도도 유격수나 2루수보다 잘 보이지 않는다. 자주 안뛰던 포지션이라 나가면 긴장도 되고 집중력도 많이 필요해서 부담이 된다”라고 말했다.
수비에서 자신감을 내비친 김하성은 “수비 지표가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확인을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다 확인을 한다. 다만 시즌 막판에는 타격 페이스가 떨어져서 수비 지표를 신경쓰지는 못했다. 어떤 지표가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다 좋아야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수비는 어깨가 좋다고 생각을 해서 공을 잡으면 아웃을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수비 지표도 더 좋아졌다”라고 덧붙였다.
“처음 메이저리그에 왔을 때는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다”라고 말한 김하성은 “이렇게 큰 상을 받아서 너무 기쁘고 정말 영광이다. 이렇게 좋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새벽에도 일어나서 응원을 해주신 팬분들 덕분이다.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는 엄청난 힘이 된다. 덕분에 더 열심히 뛸 수 있었던 것 같다. 내년 시즌에도 다치지 않고 더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