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3-4로 아쉽게 패한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 한일전. 19일 도쿄돔에서 경기를 마친 뒤 3루측 클럽하우스에서 류중일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단과 짧게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에게 특별히 당부 하나만 했다.
류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이번 대회까지 수고들 했다고 하고 잠깐 미팅을 했다.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부 하나 한 게 있다”며 “2017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 간 적이 있다. 2월1일 캠프 첫 날부터 연습을 하는데 투수들은 140km 이상 던지고, 타자들은 홈런도 막 치더라. 이렇게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놓고 연습을 하더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류 감독은 “일본은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1년 내내 야구를 할 수 있다. 우리는 날씨가 추워 12월, 1월에 똑같이 훈련하는 게 어렵겠지만 그래도 쉬지 말아야 한다. 할 수 있는 운동을 해서 2월 캠프에 들어가서 바로 훈련할 수 있는 몸을 만들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일본 선수들의 준비성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스프링캠프 시작은 2월1일이지만 겨우내 자율 훈련으로 일찌감치 몸을 만들고 들어온다. 캠프 시작부터 바로 전력으로 훈련에 들어간다.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2월1일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는 자율 훈련이 자리잡았지만 준비성은 일본은 따라가지 못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이번 APBC까지 세대 교체에 목적을 두고 대표팀을 지휘한 류 감독에겐 젊은 선수들이 더욱 눈에 밟힌다. 올 한 해 젊은 선수들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며 성공의 달콤함을 맛보고 있지만 이에 취하지 않고 야구에 더욱 매진하길 바라는 게 류 감독 마음이다.
류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에게 배움과 성장을 이야기했다. 특히 선수 개인 기량이나 팀 전력에서 한 수 위인 일본을 보고 상대하며 느끼길 바랐다. 류 감독은 이날 결승전을 앞두고도 “우승하면 좋지만 젊은 선수들 기량 향상 무대인 만큼 선수들이 많이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 일본 투수들이 제구력도 좋지만 어떤 공으로 스트라이크 잡고 삼진을 유도하는지 잘 봤으면 한다. 이런 거를 선수들이 보고 배우면 굉장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 체제에서 국가대표팀은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고, 선수 구성이 바뀌다 보니 처음에는 코칭스태프와 어색함도 있었다. 하지만 대회를 계속 하면서 서로 알게 되고, 주장 김혜성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줬다”며 “앞으로 꼭 국제대회가 아니더라도 대표팀이 자주 모여서 훈련하고 경기하면 좋을 것 같다. 전임 감독이 누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허구연) 총재님께서 그렇게 하신다고 했으니 앞으로 자주 모일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일본야구기구(NPB)는 10년 전부터 프로급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총괄, 관리하고 있다.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네이밍을 만들어 홍보하기 시작한 게 이때로 비시즌에 꾸준히 대표팀을 소집해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대만 등 여러 국가들과 정기적인 평가전을 열어 국제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꾸준히 시험하고 발굴하며 경험을 쌓아 세대 교체의 선수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2019년 프리미어12부터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21연승을 질주 중인 일본은 그해 프리미어12 우승 시작으로 2021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올해 WBC 우승, APBC 우승으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이라는 좋은 성공 모델을 한국도 따라가야 한다. 지난 7월 발표한 ‘레벨 업 프로젝트’를 통해 대표팀 전임 감독제부터 해외팀과 정기적인 평가전 및 교류전을 계획했다.
이번 APBC에서 일본에 연패를 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경기 내용은 크게 밀리지 않고 대등했다.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젊은 선수들에게 큰 자극과 배움의 기회가 됐다. 류 감독은 “이번 대회로 선수들이 한 단계 성숙해질 것이다. 내년에 프리미어12가 있는데 여기 있는 멤버들이 거의 다 나올 것 같다. 준비 잘해서 지금보다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