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아프지 않고 즐겁게 야구 하고 싶다.”
롯데 자이언츠 핵심 필승조 자원인 최준용(22)은 올해 마무리캠프부터 타자 전향을 시도하고 있다. 투수의 끈을 아직 놓지 않았지만 완전 전향을 생각할 정도로 진지하게 타자 전향을 고려 중이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150km의 강속구에 강한 회전력을 지닌 패스트볼을 던지는 리그 대표 영건이다. 2021년에는 20홀드를 달성하기도 했다. 통산 성적은 190경기 9승11패 15세이브 48홀드 평균자책점 3.50의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47경기 2승3패 14홀드 평균자책점 2.47의 기록을 남겼다. 필승조 투수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최준용의 타자 전향 소식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4년 전인 20살 때부터 팔이 아팠다. 통증이 심한 것은 아니지만 자주 아팠다. 그래서 예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5월 초, 구단에 타자 전향이나 겸업에 대해 말씀 드렸다. 그런데 단장님이 바뀌셨다. 그래서 그냥 흘러가는 상황이 되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신임 감독도 일단 최준용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파악 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부르시더니 ‘야수 한다는 소리가 들리더라. 이유가 뭐냐’라고 하셔서 계속 제가 아팠고 그래서 고민을 했다. 올해 5월에 구단에 말했다’라고 제 상황을 말씀드렸다. 그래서 감독님도 ‘한 번 해보자’라고 하셔서 지금 훈련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본인이 한 번 해보고 느껴봐야 한다”라면서 최준용의 타자 전향 도전을 인정했다.
최준용은 “자주 아프고 재활하다 보니 심적으로 지치게 되더라. 원래 아프면 더 열심히 해서 (1군에) 올라가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해마다 한두 번씩 재활하고 올해만 세 번 재활했다. 아무래도 부상이 가장 큰 거 같다. 투수를 너무 하고 싶지만 좋아하는 야구를 아프면서 하니까 안 아플 수 있게끔 즐거운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면서 고심 끝에 타자로 도전하게 됐음을 언급했다.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는 진지한 도전이고 재능도 있다. 중학교 시절까지는 내야수(유격수)로도 뛰었고 타격 재능을 과시했다. 경남고 동기생 이주형(키움)은 고교시절 최준용의 파워가 상당하가도 증언하기도 했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편이기에 타자 전향과 야수 적응에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눈 앞에 놓인 국제대회를 간과할 수도 없었다. 최준용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 대표팀에 뽑혀 도쿄돔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최준용은 타자 전향 도전이 왜 아쉬울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스스로 보여줬다.
최준용은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나서는 국제무대, 그것도 일본 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의 마운드에서 쫄지 않고 강속구를 던졌다. 최준용은 이번 대회 2경기 등판해 2⅓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지난 17일 일본과의 예선전 0-2로 뒤진 8회말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루 쉬고 19일 일본과의 결승전에 다시 등판했다. 2-2로 맞선 7회말 등판해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의 성적을 남겼다.
7회 선두타자 후지와라 교타를 좌익수 뜬공, 고조노 가이토를 상대로는 151km의 패스트볼을 연거푸 뿌리면서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그리고 올해 일본시리즈 신인 최다 타점의 주인공인 중심 타자 모리시타 쇼타를 상대로는 이번 대회 자신의 최고 구속인 152km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뿌리며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8회 올라와 멀티 이닝을 소화하려고 했던 최준용이었지만 선두타자 마키 슈고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한 뒤 사카쿠라 쇼고에게 볼넷, 만나미 츄세이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1,2루 위기를 만들었다. 최지민에게 바통을 넘겼고 최지민이 아웃카운트 2개를 모두 처리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위기 상황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준용은 투수로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묵직한 속구를 뿌렸다. 한국은 일본에 2연패를 당하며 APBC 대회 2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영건들의 성장을 재확인 했다. 최준용 역시 한국 마운드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영건임을 알렸다. 무엇보다 아프지 않다는 가정 하에서 여전히 매력적이고 강력한 투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최준용은 이제 APBC대표팀에서 롯데로 복귀한 뒤 김태형 감독, 그리고 구단과 진지한 면담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타자 도전이 타당한지, 그리고 현재 타자로서 기량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어쩌면 타자 및 야수 포지션으로 전향하는 힘들고 길 수 있는 과정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를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논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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