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투수에서 일본킬러까지.
KIA 타이거즈 좌완 최지민(20)이 눈부신 성장을 했다. 구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호주리그로 건너가더니 자신감을 되찾아 완전히 달라진 투수가 됐다. 정규리그에서는 좌완요원으로 불펜의 기둥 노릇을 했다. 아시아게임 국가대표로 발탁받아 금메달 주역이 됐다. 도쿄돔 마운드에 올라 일본킬러 희망까지 보였다. 이것을 단 1년만에 이루어냈다.
강릉고 에이스로 2022 2차 1순위로 당당히 입단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공이 빠르지는 않지만 디셉션 동작과 제구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1군의 좌완 요원으로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갑자기 제구가 듣지 않았고 평균구속도 140km를 넘지 않았다. 1군에서 활용이 어려웠다.
6경기 6이닝 평균자책점 13.50의 초라한 성적이었다. 1군 보다는 퓨처스 팀에서 뛰었다. 퓨처스 35경기에 출전해 1승5패6홀드, ERA 7.04의 성적이었다. 퓨처스 팀에서 스피드업 위해 집중훈련했고 146km까지 올랐다. 1군 마지막 경기에서 140km대 중반의 공을 연신 뿌렸다. 희망을 얻자 비시즌을 반납하고 호주리그 질롱코리아로 건너갔다. 힘좋은 외국타자를 상대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ERA 1.47의 빼어난 성적이었다.
자신감을 갖고 2월 애리조나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최지민의 투구를 지켜본 이들이 깜짝 놀랐다. 베테랑 최형우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어 돌아왔다"며 칭찬했다. 역동적인 투구와 거침없는 승부로 호투를 이어갔고 개막전 불펜의 핵심요원이 되었다. 정규리그 개막 초반부터 강력한 구위를 과시했다. 150km까지 찍으며 마무리 투수로 나설 정도였다. 58경기 6승3패3세이브12홀드 ERA 2.12의 우등성적을 기록했다.
KBO리그는 비좁았다. 국제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당당히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발탁받아 필승조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4경기에서 4이닝동안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1승 2홀드를 챙겼다. 상대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든 볼이었다. 금메달의 주역으로 금의환향했다. 병역혜택을 받아 프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국제무대에서 또 한 번의 자신감을 얻은 무대였다.
KIA에 복귀했으나 5강 싸움에서 패하는 바람에 가을무대 등판은 무산됐다. 그 아쉬움을 도쿄돔에서 풀었다. 아시아프로챔피언십(APBC) 국가대표로 낙점을 받아 도쿄돔 필승맨으로 활약했다. 호주전에서는 1-2로 뒤진 7회 1사1,2루 위기를 막았고, 대만전은 1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일본과의 결승전은 2-2로 팽팽한 8회1사1,2루에서 등판해 5타자를 퍼펙트로 처리했다. 4만 명이 넘은 일본관중들 앞에서 일본킬러의 희망까지 보여주었다.
최지민은 질롱코리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쉬지 않고 야구에 정진해 눈부신 기량성장을 이루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불펜요원으로 실적을 냈고 국제무대에서도 활용도가 크다는 점을 증명했다. 한국야구도 20살 투수의 눈부신 성장으로 큰 수확을 거두었다. 앞으로 더 빠른 진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1년 동안 너무 오래 많이 던졌다. 이제는 좀 쉬어야 할 때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