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게 우승은 놓쳤지만 2경기 연속 1점차 접전이었다. 한국 야구의 젊은 패기가 일본 야구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승부 치기 접전 끝에 3-4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17일 예선에서 한국을 2-1로 꺾은 일본이 결승에서도 1점차로 신승하며 2017년에 이어 APBC 2회 대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 기준으로 한일전 8연승을 질주했다.
이번 대회에 새롭게 일본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우승을 이끈 이바타 히로카즈(48)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모든 선수가 온힘을 다해 기량을 발휘했다. 새로 발탁한 젊은 선수들이 잘해준 것이 만족스럽다. 다음 대회로 연결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젊은 선수들의 계속된 성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한국야구에 대한 물음에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바타 감독은 “한국과 2경기를 했다. 경기는 우리가 이겼지만 아주 작은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2경기를 다 이겼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타자들의 스윙이 정말 날카로웠고, 우리가 배울 부분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바타 감독은 “투수들도 제구가 좋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졌다”며 “선발투수 4명 모두 150km 이상 던졌다. 이렇게 젊고 훌륭한 선발 4명을 데리고 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이 무서울 것 같다”고 경계했다.
이바타 감독 말대로 이번 APBC 4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의 호투가 빛났다. 16일 호주전 문동주(5⅔이닝 5피안타 1피홈런 4볼넷 5탈삼진 2실점), 17일 일본전 이의리(6이닝 6피안타 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2실점), 18일 대만전 원태인(5이닝 3피안타 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19일 일본 결승전 곽빈(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 모두 5이닝 이상, 2실점 이하로 호투했다.
이바타 감독 말대로 빠른 공이 돋보이는 투수들이다. 이번 대회에서 최고 구속 2위 문동주(154km), 4위 이의리(153km), 8위 곽빈(152km) 그리고 구원으로 8위 최준용(152km)까지 4명의 한국 투수들이 10위 안에 들었다. 원태인은 랭킹에 들지 못했지만 최고 149km로 힘 있는 공을 뿌렸다. 젊고 싱싱한 어깨들이 이바타 감독 눈에도 꽤 위협적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이어 이바타 감독은 타자들에 대해서도 “원래는 1~2번 테이블세터 같은데 오늘 9번(최지훈), 1번(김혜성)으로 나온 선수들도 야구를 잘하더라. 4번 노시환이 이마이 타츠야에 친 타구의 날카로움은 일본 타자들 중에서도 톱클래스라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최지훈은 7회 기습 번트 안타 포함 4타수 2안타로 활약했고, 1번 김혜성도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노시환은 3회 1사 1,2루에서 이마이의 초구 가운데 몰린 139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유격수 키 넘어 좌중간을 반으로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폭발했다. 10회 우전 안타 포함해 5타수 2안타 2타점 맹타로 일본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이끈 뒤 이번 APBC도 준우승으로 소기의 성과를 낸 류중일 한국대표팀 감독도 세대 교체 중인 한국 야구의 미래를 기대했다. 이날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역전패해서 아쉽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양 팀 모두 경기 내용이 정말 좋았다. 양 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경기였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 격차가 벌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조금만 더 열심히 하고, 기본만 지킨다면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류 감독은 “일본 투수들은 같은 150km를 던져도 우리와 비교하면 볼끝이 좋다. 또 타자들은 삼진을 당해도 그냥 먹는 게 아니라 커트를 한다든지 하는 정교함이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일본 야구를 좀 더 분석해 다음번에 공략법을 찾아내도록 하겠다”고 일본을 인정한 뒤 “투수와 타자들 모두 한 단계 성장한 대회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프리미어12가 있는데 여기 있는 선수들이 거의 다 나올 것이다. 준비 잘해서 지금보다 나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