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토종 에이스 곽빈(24)이 “우리나라 최고 우완이자 에이스”라는 류중일 감독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곽빈은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과의 결승전에 선발등판,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한국이 2-1로 앞선 6회 이닝 시작과 함께 마운드를 넘기며 선발승 요건을 갖췄지만 최승용이 동점을 허용해 승리가 불발됐다. 한국도 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3-4로 역전패하며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승패를 떠나 곽빈의 투구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최고 159km를 뿌리는 일본의 파이어볼러 이마이 타츠야(25·세이부 라이온즈)가 이날 최고 155km를 던졌지만 3회 노시환에게 2타점 2루타를 맞는 등 4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기대에는 못 미쳤다. 곽빈이 이마이보다 1이닝 더 던졌고, 전반적인 투구 내용도 조금 더 준수했다.
1번 후지와라 쿄타를 초구 몸쪽 높은 152km 직구로 중견수 뜬공 처리한 곽빈은 코조노를 2루수 뜬공으로 잡은 뒤 모리시타 쇼타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다음 타자 마키 슈고를 114km 느린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아 루킹 삼진 돌려세웠다. 몸쪽 깊게 낙차 큰 커브가 존에 걸치자 마키도 수긍하고 1루 덕아웃에 들어갔다.
2회에는 사카쿠라 쇼고를 루킹 삼진 잡고 시작했다. 좌타자 사카쿠라의 몸쪽 낮게 들어간 슬라이더에 배트가 나오다 멈췄지만 스윙으로 판정났다. 이어 다음 타자 만나미 츄세이에게 우측 펜스 상단을 직겨하는 2루타를 맞았다. 5구째 슬라이더가 바깥쪽 높게 들어가면서 홈런성 타구가 나왔다.
다음 타자 카도와키 마코토를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아 2루 뜬공으로 잡았지만 사토 데루아키, 오카바야시 유키에게 연이어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후지와라에게 우측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허용했지만 우익수 정면으로 향해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극복했다.
3회초 노시환의 2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안고 3회말 마운드에 오른 곽빈은 선두 코조노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모리시타를 3루 땅볼, 마키를 유격수 뜬공 처리했다. 사카쿠라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1,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만나미를 4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로 유인했다. 유격수 땅볼로 실점 없이 1,2루 상황을 넘어갔다.
4회에는 오카바야시에게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전부 삼진으로 잡았다. 카도와키를 114km 몸쪽 높은 커브로 루킹 삼진, 사토를 몸쪽 꽉 차는 151km 직구로 루킹 삼진, 후지와라를 131km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포효했다. 3명의 타자 모두 각기 다른 구종으로 삼진 잡을 정도로 곽빈의 다양한 투구 패턴과 결정구가 일본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5회에도 코조노를 유격수 직선타, 모리시타를 118km 낙차 큰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곽빈은 마키에게 좌월 솔로 홈런으로 첫 실점을 뺴앗겼다. 2구째 117km 커브가 한가운데 몰린 실투가 되면서 장타로 이어졌다. 타구 속도 165km, 발사각 37도로 비거리 115m를 날아갔다.
무실점 행진이 끝났지만 다음 타자 사카쿠라를 초구 152km 직구로 2루 땅볼 처리한 곽빈은 2-1 리드 상황에서 6회 이닝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총 투구수 88개로 최고 152km 직구 중심으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모두 결정구 활용했다. 특히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의 각이 기가 막혔다.
경기 후 곽빈은 “내 직구의 벽을 느꼈다. 일본 타자들이 직구를 너무 잘 치더라”며 “경기 초반 제구 난조가 있었지만 3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서 밸런스가 잡혀 ‘됐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컨디션도 좋았고, 후회가 없는 투구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은 야구 인생이 많이 남아있다. 배워나가는 단계다. 일본 투수도 보고, 타자도 보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곽빈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경기 2이닝 4피안타 3탈삼진 3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으나 대회 기간 어깨 담 증세가 회복되지 않아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한 미출장 선수.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공 하나 던지지 않아 ‘무임승차’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했지만 이날 호투로 새로운 국제용 투수 탄생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