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대표팀이 숙적 일본과 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아쉽게 졌다. 다 잡은 승리를 놓쳤지만 한국 야구의 미래를 확인한 대회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과의 결승전을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3-4로 역전패했다. 승부치기에서 10회초 윤동희의 적시타로 1점을 먼저 냈지만 10회말 2점을 내주며 아깝게 역전패했다.
비록 경기는 내줬지만 젊은 한국야구의 희망을 본 경기였다. 선발투수 곽빈이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고, 4번타자 노시환이 3회 선제 2타점 2루타 포함 2안타로 활약했다. 8회 1사 1,2루 위기에서 나온 최지민이 9회까지 1⅔이닝 무실점 퍼펙트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예선 첫 경기였던 지난 16일 호주전을 10회 승부치기 끝에 노시환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한 한국은 17일 일본전을 1-2로 석패했다. 하지만 18일 대만전을 6-1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고, 이틀 만에 재성사된 한일전에서 설욕을 별렀으나 또 1점차로 아깝게 졌다. 지난 2017년 APBC 첫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준우승으로 일본에 정상을 내줬다.
일본이 사회인 선수들을 내보내는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 한국이 국제대회 일본전을 승리한 건 2015년 11월19일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준결승전 4-3 역전승이 마지막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8년 만에 승리를 노렸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한국은 2017년 APBC 예선(7-8), 결승전(0-7),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8-10), 결승전(3-5), 2021년 도쿄올림픽 제2준결승전(2-5),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4-13), 이번 APBC 예선(1-2), 결승(3-4)까지 한일전 최근 8연패를 기록 중이다.
선발투수 대결에서 한국이 일본을 이겼다. 지난 3월10일 도쿄돔에서 치러진 WBC 1라운드 일본전에 5회 구원으로 나와 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곽빈은 그로부터 254일 만에 오른 도쿄돔 마운드에서 일본 상대로 선발등판했다. 경기 초반 제구가 흔들리긴 했지만 3회부터 안정 찾아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어깨에 담 증세로 공 하나 던지지 못한 아픔을 만회했다.
1회 안타 하나를 맞았지만 탈삼진 1개 포함 무실점으로 시작한 곽빈은 2회 1사 후 만나미 츄세이에게 우측 펜스 상단을 직격하는 2루타를 맞았다. 이어 사토 데루아키, 오카바야시 유키에게 연달아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후지와라 쿄타의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우익수 정면으로 향하는 직선타가 되면서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3회에도 2사 1,2루에서 만나미를 바깥쪽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이닝을 끝낸 곽빈은 4회 안타를 하나 맞았으나 아웃카운트 3개 모두 삼진 처리하는 위력을 뽐냈다. 카도와키 마코토에겐 114km 높은 커브로 루킹 삼진, 사토에겐 몸쪽 꽉 차는 151km 직구로 루킹 삼진, 후지와라에겐 131km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5회에는 2사 후 마키 슈고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아 무실점 행진이 끝났다. 2구째 117km 느린 커브가 한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돼 큰 것 한 방으로 이어졌다. 타구 속도 165km, 발사각 37도, 비거리 115m를 날아간 홈런. 하지만 다음 타자 사카쿠라 쇼고를 초구 152km 직구로 2루 땅볼 잡고 5이닝 임무를 완수했다. 최고 152km 직구에 110km대 느린 커브로 일본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우타자 바깥쪽 슬라이더, 좌타자 바깥쪽 체인지업까지 4가지 구종을 고르게 섞어 던지며 KBO리그 정상급 우완 투수임을 입증했다.
최고 159km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로 일찌감치 결승전 선발로 내정된 일본 이마이 타츠야. 그러나 이날 한국을 상대로는 생각보다 위력적이진 않았다. 1회 윤동희와 2회 문현빈이 이마이의 150km대 직구에 타이밍을 맞춰 밀어치며 안타를 생산했다. 지난 17일 예선에서 체인지업,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와 극강의 커맨드로 한국 타선을 7이닝 3피안타 1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잠재운 좌완 스미다 치히로보다 까다롭지 않게 보였다.
결국 한국이 3회 선취점을 냈다. 선두타자 김혜성이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김혜성은 풀카운트에서 6구째 153km 바깥쪽에 들어온 직구를 파울로 커트한 뒤 볼넷을 만들어냈다. 이어 김도영이 보내기 번트를 댔는데 일본 1루수 마키의 포구 실책이 나오면서 무사 1,2루가 됐다. 윤동희가 이마이의 154km 바깥쪽 직구에 얼어붙어 루킹 삼진을 당했지만 4번타자 노시환이 초구 공략으로 끊길 뻔한 흐름을 살렸다.
노시환은 이마이의 초구 139km 슬라이더가 한가운데 몰리자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일본 유격수 코조노 카이토가 점프 캐치를 시도했지만 키를 살짝 넘어간 타구는 좌중간을 정확히 반으로 갈랐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타구가 펜스로 굴러간 사이 2루 주자 김혜성에 이어 1루 주자 김도영까지 단숨에 홈을 파고들었다. 0의 균형을 깬 2타점 2루타로 노시환이 4번타자다운 해결 능력을 보여줬다.
노시환에게 일격을 맞은 이마이는 계속된 1사 2루에서 김휘집을 3루 땅볼, 김주원을 2루 땅볼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4회 2사 후 최지훈과 김혜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3루에 내몰렸지만 김도영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위기를 넘어갔다. 5회 시작부터 불펜에 마운드를 넘긴 이마이는 4이닝 동안 77구를 던지며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일본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5회 마키의 솔로 홈런으로 무득점 침묵을 깬 일본은 6회 동점을 만들어냈다. 곽빈에 이어 올라온 한국 좌완 불펜 최승용을 공략했다. 선두타자 만나미가 우측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쳤다. 최승용의 6구째 바깥쪽 낮은 146km 직구를 만나미가 잘 밀어쳤다. 카도와키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3루에서 사토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곽빈의 선발승이 날아간 순간.
일본은 이마이가 내려간 뒤 5회부터 나온 좌완 네모토 하루카가 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압도했다. 좌완으로 최고 150km 직구와 포크볼 조합으로으로 한국 타자들을 요리했다. 비슷한 코스로 3~4구 연속 던지는 커맨드가 대단했다. 7회 선두타자 최지훈이 초구에 3루 쪽 기습 번트로 첫 출루에 출루한 뒤 김혜성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찬스를 연결했지만 김도영이 포크볼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윤동희도 유격수땅볼 아웃되면서 점수를 내지 못했다.
일본은 8회 좌완 키리시키 타쿠마가 김주원에게 내야 안타 1개를 맞았지만 김형준을 8구 승부 끝에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이어 9회에도 좌완 불펜으로 마무리 다구치 카즈토가 나왔다. 1사 후 최지훈에게 우측 펜스로 향하는 장타성 타구를 허용했지만 만나미가 점프 캐치에 성공했다.
한국 불펜도 만만치 않았다. 최승용이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6회를 넘어갔다. 이어 최준용이 7회를 삼자범퇴로 정리한 뒤 8회 사카쿠라에게 볼넷, 만나미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류중일 감독은 좌완 최지민을 투입했다. 최지민은 카도와키를 8구 승부 끝에 148km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이어 사토를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2루 땅볼 유도하며 실점 위기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최지민은 9회에도 후지와라를 8구 승부 끝에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잡는 등 삼자범퇴로 요리했다. 1⅔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퍼펙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9회 정규이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결승 한일전은 무사 1,2루에서 시작하는 연장 승부치기로 넘어갔다.
10회초 선공에 나선 한국은 일본 우완 요시무라 코지로를 상대로 김도영이 번트를 시도했다. 초구 번트 파울에 이어 2구째 스트라이크를 먹은 김도영은 타격으로 전환해 3구째를 공략했지만 유격수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2사 3루로 흐름이 끊길 뻔한 상황에서 윤동희가 해결사로 나섰다. 요시무라의 6구째 가운데 몰린 포크볼을 받아쳐 중견수 앞 빠지는 안타로 장식했다. 3-2 리드.
이어 노시환의 우전 안타로 연결된 2사 1,3루 찬스에서 김휘집이 3구 루킹 삼진을 당해 추가점을 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 10회말 무사 1,2루에서 마무리로 나선 정해영이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코가 유토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에서 한국은 마키를 고의4구로 피한 뒤 사카쿠라와 승부했지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3 재동점.
계속된 2사 1,3루에서 다시 만나미를 고의4구로 거른 한국은 카도와키를 택했다. 하지만 카도와키가 정해영의 2구째 바깥쪽 스플리터를 밀어쳐 3유간 빠지는 좌전 안타를 장식했다. 일본의 4-3 끝내기 역전승과 우승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정해영이 2실점 모두 비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 역대 국제대회 일본전 전적(프로선수 참가 기준 52경기 23승29패)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예선 13-8 승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예선 9-2 승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결승 13-1 승(7회 콜드게임)
1999년 서울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 5-3 승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예선 7-6 승(연장 10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전 3-1 승
2001년 대만 야구월드컵 8강전 1-3 패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예선 9-0 승
2003년 삿포로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 0-2 패
2003년 쿠바 야구월드컵 예선 0-2 패
2005년 네덜란드 야구월드컵 8강전 5-1 승
2005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예선 2-6 패
2005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결승 3-5 패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예선 3-2 승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라운드 2-1 승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결승 0-6 패
2006년 대만 대륙간컵 예선 1-2 패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예선 7-10 패
2006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예선 1-7 패
2007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예선 6-3 승
2007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결승 5-6 패
2007년 타이중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 3-4 패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5-3 승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6-2 승
2008년 아시아시리즈(일본) 예선 4-3 승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2-14 패(7회 콜드게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결승 1-0 승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라운드 4-1 승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라운드 결승 2-6 패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 3-5 패(연장 10회)
2009년 한·일 클럽 챔피언십 4-9 패
2010년 대만 대륙간컵 결선 3차전 8-1 승
2010년 대만 대륙간컵 5,6위 결정전 1-2 패
2010년 한·일 클럽 챔피언십 0-3 패
2011년 아시아시리즈(대만) 예선 0-9 패
2011년 아시아시리즈(대만) 결승 5-3 승
2012년 아시아시리즈(부산) 예선 0-5 패
2012년 타이중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 예선 0-4 패
2015년 타이중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 2-1 승
2015년 WBSC 프리미어 12 예선 0-5 패
2015년 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 4-3 승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예선 1차전 7-8 패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결승전 0-7 패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1차전 5-1 승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 3-0 승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8-10 패
2019년 프리미어12 결승전 3-5 패
2021년 도쿄 올림픽 제2준결승전 2-5 패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4-13 패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2-0 승
2023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예선 2차전 1-2 패
2023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결승전 3-4 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