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우완 에이스”라는 류중일 감독의 말이 딱 맞았다. 한국 투수 곽빈(24·두산 베어스)이 일본 에이스 이마이 타츠야(25·세이부 라이온즈)보다 잘 던졌다.
곽빈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과의 결승전에 선발등판,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한국이 2-1로 앞선 6회 이닝 시작과 함께 마운드를 넘기며 선발승 요건을 갖췄지만 최승용이 동점을 허용해 승리가 불발됐다.
지난 3월10일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일본전 5회 구원으로 나와 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물러난 곽빈은 그로부터 254일 만에 같은 장소에서 일본 상대로 선발등판했다. 류중일 한국대표팀 감독은 전날 대만전 승리 후 곽빈을 결승전 선발로 예고하며 “우리나라 우완 에이스 투수라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에선 어깨 뭉침으로 공을 1개도 못 던졌지만 결승전에서 좋은 투구를 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류 감독 기대에 걸맞은 투구였다. 1회 출발부터 좋았다. 1번 후지와라 쿄타를 초구 몸쪽 높은 152km 직구로 중견수 뜬공 처리한 곽빈은 코조노를 2루수 뜬공으로 잡은 뒤 모리시타 쇼타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다음 타자 마키 슈고를 114km 느린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아 루킹 삼진 돌려세웠다. 몸쪽 깊게 낙차 큰 커브가 절묘하게 들어갔다.
2회에는 사카쿠라 쇼고를 루킹 삼진 잡고 시작했다. 좌타자 몸쪽 낮게 들어간 슬라이더에 사카쿠라의 배트가 나오다 멈췄지만 스윙으로 판정났다. 그러나 다음 타자 만나미 츄세이에게 우측 펜스 상단을 직겨하는 2루타를 맞았다. 5구째 슬라이더가 바깥쪽 높게 들어가면서 홈런성 타구가 나왔다.
하지만 다음 타자 카도와키 마코토를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아 2루 뜬공 처리했지만 사토 데루아키, 오카바야시 유키에게 연이어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후지와라에게 우측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허용했지만 우익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극복했다.
3회초 노시환의 2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안고 3회말 마운드에 오른 곽빈은 선두 코조노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모리시타를 3루 땅볼, 마키를 유격수 뜬공 처리했다. 사카쿠라에게 볼넷을 주며 1,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만나미를 바깥쪽 공으로 유인했다. 4구째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 아웃 유도하며 실점 없이 1,2루 상황을 정리했다.
4회에는 오카바야시에게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전부 삼진으로 잡았다. 카도와키를 114km 높은 커브로 루킹 삼진, 사토를 몸쪽 꽉 차는 151km 직구로 루킹 삼진, 후지와라를 131km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포효했다. 3명의 타자를 각기 다른 구종으로 삼진 잡을 정도로 곽빈의 다양한 투구 패턴과 결정구가 일본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5회에도 코조노를 유격수 직선타, 모리시타를 각도 큰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곽빈은 마키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고 첫 실점했다. 2구째 117km 커브가 한가운데 몰린 실투가 됐다. 타구 속도 165km, 발사각 37도로 비거리 115m를 날아갔다. 무실점 행진이 끝났지만 다음 타자 사카쿠라를 초구 152km 직구로 2루 땅볼 처리한 곽빈은 2-1 리드 상황에서 6회 이닝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총 투구수 88개로 최고 152km 직구 중심으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모두 결정구 활용했다. 특히 낙차 큰 커브가 일본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일본 선발 이마이는 4이닝 동안 77개 공을 던지며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곽빈보다 먼저 내려갔다. 3회 2실점이 아쉬웠다. 김혜성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도영의 희생번트 타구를 1루수 마키가 놓치는 실책을 범해 맞이한 1,2루 위기에서 노시환에게 좌중간 빠지는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초구 한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장타로 연결했다. 이마이는 최고 155km 강속구를 뿌렸으나 한국 타자들이 나름 타이밍을 맞추면서 투구수가 늘었고, 5회를 버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