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
KBO 관계자들은 지난 17일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전을 마친 뒤 상대 선발투수 스미다 치히로(24·세이부 라이온즈)를 도쿄돔과 연결된 도쿄돔 호텔 지하 통로에서 우연치 않게 만났다. 한일 대표팀 선수단이 같이 쓰는 숙소인데 KOREA라고 쓰여진 단복을 보고선 스미다가 먼저 다가온 것이다.
스미다는 KBO 관계자들을 향해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며 김주원(23·NC 다이노스)에게 다시 한 번 사과 의사를 전했다. 이날 스미다는 5회 1사에서 김주원에게 던진 6구째 148km 몸쪽 직구가 손에서 빠졌다. 김주원은 꼬리뼈 쪽을 맞고 주저앉은 채 한참 동안 통증을 호소했다.
사구 순간 당황한 스미다는 모자를 벗고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통증을 다스리며 1루를 향하는 김주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날 7이닝 3피안타 1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일본 승리를 이끌며 수훈선수로 공식 인터뷰실에 들어선 스미다는 김주원을 맞힌 순간에 대해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김주원이) 너무 아파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또 사과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눈에 보이는 KBO 관계자들에게도 사과의 뜻을 거듭 밝혔다. 사구 당시에는 통증 때문에 스미다의 사과를 보지 못한 김주원도 그의 마음을 확인했다. 김주원은 “사구 후에는 내가 못 봤는데 (스미다가) 인사했다고 하더라. 사과했다는 것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맞은 부위는 괜찮다”고 말했다.
김주원은 이제 스미다를 직접 만나 사과를 받을 기회도 스스로 만들었다. 지난 18일 결승 진출이 걸린 대만전에 7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 4타수 3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한국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2회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3회 좌익수 키 넘어가는 2루타, 5회 좌중간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터뜨렸다.
홈런에 사이클링히트 하나가 모자란 상황. 7회 마지막 타석에서 큰 것을 노렸지만 2루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양 팀 통틀어 유일한 3안타로 한국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경기 후 김주원은 “중요한 경기에서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돼 기분이 좋다. 타격감 자체는 계속 괜찮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몰입이 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사이클링히트는 의식하지 않았다. 안타 치고 나선 생각을 못했는데 (3루타를 치고 나서) 형들과 친구들이 홈런 하나만 치면 된다고 해서 알았다. 어차피 이런 복은 없어서 마음 편하게 했다”고 웃었다.
이틀 만에 다시 성사된 일본전. 한국대표팀 선수들 모두 설욕의 의지가 강한데 김주원도 다르지 않다. 이틀 전 경기에선 3타수 무안타 1사구로 힘을 쓰지 못했다. 7회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직서타가 돼 더블아웃이 되는 불운도 있었다. 하지만 대만전 3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일본과의 결승전 설욕 준비를 마쳤다.
김주원은 “예선에서 한 번 졌으니 두 번은 절대 안 지고 싶다. 최선을 다해 이기도록 하겠다. 그날 상대해본 일본 투수들은 제구나 변화구 각이 되게 좋았다. 타자들도 쉽게 안 물러나고 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며 “결승전 선발투수(이마이 타츠야) 영상도 잠깐 봤는데 정말 좋은 투수 같더라. 철저하게 잘 준비해서 경기에 임하겠다. 자신 없어도 잘해야 한다”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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