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욱은 올해 114경기 타율 2할9푼6리(270타수 80안타) 3홈런 39타점 OPS .722의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득점권 타율 3할4푼6리(81타수 28안타) 37타점 OPS .874의 성적으로 해결사 역할을 했다. 더불어 대타로 등장해서도 타율 2할9푼5리(44타수 13안타)로 활약하면서 ‘특급 조커’로서 올 시즌을 보냈다.
나성범 최형우 등 핵심 외야수들이 빠지면서 생긴 공백에 고종욱이 들어갔다. 시즌 막판에는 상무에서 제대한 최원준까지 빠졌다. 외야수로서 수비 능력은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고종욱의 타격 기술과 재능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었다. 통산 타율 3할3리(3127타수 947안타)에 빛나는 검증된 커리어가 있었다. 이우성 이창진 등이 외야 수비적인 부분을 채웠고 고종욱은 지명타자 자리에서 공격력으로 핵심 선수들의 공백을 채워나갔다.
고종욱은 사실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했다. 그러나 올해와 다른 입지였다. 탄탄하지 않았다. 2021시즌이 끝나고 SSG에서 방출된 이후 KIA에서 부름을 받았고 62경기 타율 2할8푼3리(106타수 30안타)에 그쳤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햄스트링 부상이 시즌 초반에 있었다. 수비가 떨어지고 장타력이 없는 외야수는 냉정한 현실의 벽과 마주했다. 결국 FA 신청을 보류하고 재수를 선택했다. 1년 7000만 원에 연봉 계약을 맺었다.
결과적으로 FA 재수는 성공이었다. 다시금 FA 자격을 얻었고 이번에는 당당하게 FA 권리를 행사했다. 무엇보다 고종욱은 보상에 제약이 없는 C등급 FA 매물이다. 지난해도 C등급이었지만 평가와 대우는 천지 차이다. C등급 FA를 타구단이 영입할 경우 원 소속 구단에 직전 해 연봉의 150%를 보상금으로 건네야 한다. 고종욱의 보상금은 1억500만 원에 불과하다. 위험 부담이 없는 FA 선수가 될 수 있다.
우선 고종욱의 타격 재능이 여전하다는 것은 확인시켰다. 수비 포지션에서 제약은 있지만 타격 능력은 물론 빠른 발을 활용한 주루 능력도 아직 녹슬지 않았다. 좌타 대타 자원이나 지명타자 자리에 공격을 강화하고 싶다면 고종욱이라는 카드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우선 원 소속팀 KIA도 고종욱이 필요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나성범과 최형우가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한 상황에서 외야와 타선의 뎁스로 버텼는데 그 중심에 고종욱이 있었다. 두 선수가 돌아오더라도 뎁스 자원, 대타 자원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최원준 이우성 이창진 등의 비슷한 위치의 뎁스 자원이 있지만 고종욱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경쟁 체제와 전력을 모두 유지할 수 있다. KIA 잔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다른 구단들도 ‘통산 3할 타자’의 매력을 모르는 게 아니기에 고종욱을 향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
과연 고종욱은 FA 재수를 선택하고 C등급 FA 선수의 대박 계약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KBO는 18일 2024년 FA 자격 선수로 공시된 34명 중 FA 승인 선수 19명의 명단을 공시했다. LG 임찬규, 함덕주, 김민성, 오지환, KT 김재윤, 주권, SSG 김민식, 두산 홍건희, 양석환, KIA 김선빈, 고종욱, 롯데 안치홍, 전준우, 삼성 김대우, 오승환, 강한울, 한화 장민재, 키움 임창민, 이지영 등 총 19명이다.
포지션별로는 투수 9명(임찬규·함덕주·김재윤·주권·홍건희·김대우·오승환·장민재·임창민), 포수 2명(김민식·이지영), 내야수 6명(김민성·오지환·양석환·김선빈·안치홍·강한울), 외야수 2명(고종욱·전준우)이다.
등급별로는 A등급 3명(주권·홍건희·양석환), B등급 9명(임찬규·함덕주·김민성·오지환·김재윤·김선빈·안치홍·전준우·이지영), C등급 7명(김민식·고종욱·김대우·오승환·강한울·장민재·임창민)이다.
FA 신청을 하지 않은 선수는 LG 서건창, KT 박경수, SSG 문승원, 박종훈, 이재원, 최정, 한유섬, NC 심창민, 두산 장원준, KIA 김태군, 롯데 박세웅, 신정락, 삼성 김헌곤, 구자욱, 키움 이용규 등 모두 1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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