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덕분일까. LG가 FA 자격을 얻는 팀내 주축 투수 임찬규와 함덕주의 재계약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LG는 샐러리캡을 오버해서라도 두 투수를 잡을 뜻을 보였다.
LG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거포 채은성(한화)과 포수 유강남(롯데)을 떠나보냈다. 두 선수를 모두 잡기에는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었다. 채은성은 6년 90억원, 유강남은 4년 80억원에 각각 FA 계약을 했다.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었던 LG가 제시한 금액은 더 적었다. 두 선수를 떠나보낸 LG는 주전 포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FA 박동원과 4년 65억원 계약으로 영입했다. 2명을 보내고, 1명을 영입했다.
올 겨울 FA 시장에 LG는 임찬규, 함덕주, 김민성, 서건창 4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신청할 수 있다. 오지환은 지난 겨울 이미 LG와 6년 124억 다년 계약을 했다. 선발 투수 임찬규와 불펜 투수 함덕주가 핵심 자원이다.
전면 드래프트였던 2011년 1라운드(전체 2순위)로 LG에 입단한 임찬규는 당초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으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FA 재수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지난해 임찬규는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올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서 FA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올 시즌 임찬규는 드라마틱한 시즌을 보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겨울 LG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임찬규의 보직을 선발이 아닌 롱릴리프, 불펜 자원으로 바꿨다. 토종 선발(3~5선발)은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김윤식, 이민호, 강효종)로 꾸리고, 경험이 많은 임찬규를 다양한 불펜 카드로 활용하려 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젊은 선발 투수들이 부진하면서 임찬규에게 선발 기회가 주어졌다. 임찬규는 4월 중순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고, 이후 5월 4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1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시즌 끝까지 선발로 뛰며 14승 3패 평균자책 3.42를 기록, 커리어 하이 성적을 남겼다. FA 재수를 선택한 것이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임찬규는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해 3⅔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임찬규는 FA 시장에서 거의 유일한 선발 투수다. 선발 투수가 취약한 다른 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LG도 내년 선발 마운드에서 임찬규가 빠지면 타격이 크다.
지난 6월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해 좋은 활약을 한 이정용은 12월 상무야구단에 입대한다. 영건 이민호는 지난 10월 두 차례 수술(오른팔꿈치 주두골 골극 제거술, 오른팔꿈치 내측측부 인대 재건술)을 받았고, 군대를 갈 계획이다.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토종 선발 투수로는 최원태와 김윤식이 2명 뿐이다. 임찬규가 빠지면 빈 자리가 크다.
함덕주는 올 시즌 필승조로 부활했다. 57경기(55⅔이닝)에 등판해 4승 무패 1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62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에 등판해 3⅓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함덕주는 스포츠투아이 기준 WAR 2.26로 투수 14위, 구원 투수 중 3위다. 구원 투수 중에서 KT 김재윤(2.53)이 1위, KT 박영현(2.47)이 2위다. 함덕주는 8월까지는 구원 투수 WAR 1위였는데, 시즌 막판 팔꿈치 피로 증세로 8월말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3위로 마쳤다.
함덕주는 2021년 두산에서 LG로 트레이드된 이후 2년 동안은 잔부상으로 부진했다. 2021년 5월초 팔꿈치 뼛조각 부상으로 이탈했고, 9월에 복귀했으나 시즌 막판 다시 부상이 재발됐다. 16경기 1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9로 마쳤다. 결국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22년은 불펜 투수로 뛰다가 5월초 2군에서 선발 투수로 새롭게 준비하려 했으나, 부상에 발목이 잡혀 시즌 끝까지 1군에 복귀하지 못했다. 5월까지 1군 13경기에 등판해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절치부심한 함덕주는 올해 "건강하다. 아무 걱정없이 공을 던질 수 있어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고, 커리어 하이 성적을 남겼다. 8월말 팔꿈치 부상이 옥에 티였지만, 한국시리즈에서 큰 문제없음을 보여줬다. 함덕주는 LG 불펜에서 핵심 자원이다. 두터운 불펜 뎁스가 LG의 장점인데, 함덕주가 빠진다면 타격이 크다.
차명석 LG 단장은 “샐러리캡에 여유는 없지만, 어떻게든 해봐야죠. 잡긴 잡을 것이다. 둘 다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FA를 앞둔 소감으로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FA가 되면 제가 말을 안 해도 단장님이 저를 찾으셔야 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임찬규와 함덕주는 모두 FA 등급제에서 B등급이다. B등급의 경우에는 보호선수 명단 25인 외 보상선수 1명과 함께 전년도 연봉 100%를 지급하거나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200%를 내줘야 한다. 당초 C등급으로 예상됐던 함덕주가 B등급이 되면서 LG에 조금 유리해졌다. C등급이었다면, 타팀에서 영입할 경우 보상 선수는 없고 보상금으로 전년도 연봉 100%만 지급하면 된다. 보상에서 별로 부담이 없어 함덕주 영입 경쟁이 더 치열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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