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강속구 투수 이의리(22·KIA)가 일본을 상대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인상적인 투구로 다음을 기대케 했다.
이의리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두 번째 경기 일본전에 선발등판,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호투했다.
한국 타선이 일본 좌완 선발 스미디 치히로의 7이닝 3피안타 1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에 막혀 1-2로 패하면서 이의리는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최고 153km 강속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일본 강타선을 퀄리티 스타트로 봉쇄했다.
KBO리그에서도 스스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극복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온 이의리인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1회에는 1사 후 코조노 카이토, 모리시타 쇼타, 마키 슈고에게 3연속 안타를 맞아 만루에 처했다. 하지만 좌타자 사토 데루아키를 3연속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만나이 츄세이를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끝냈다.
3회에는 볼넷과 안타,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윅에 처했다. 하지만 일본이 자랑하는 4번타자 마키에게 5구째 몸쪽 높은 152km 직구를 던져 먹힌 타구를 이끌어냈다. 6-4-3 병살타로 선취점과 아웃카운트 2개를 바꿨다. 다음 타자 사토도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다시 한 번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3회를 마쳤다.
4회 선두 만나미에게 중월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이렇다 할 위기 없이 6회까지 막았다. 총 투구수 96개로 6이닝을 책임지며 선발투수의 임무를 완수했다. 지난 3월10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일본전에서 구원 ⅓이닝 3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제구 난조를 보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류중일 한국 감독은 “이의리가 초반에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어갔다. 사사구 3개가 있었지만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이의리는 “일본 상대로 (선발로는) 처음 던졌는데 재미있게 잘 던진 것 같다. 앞으로의 대회가 많이 기대된다”며 “WBC 때랑 일본 라인업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타자들이 자기 존 설정을 잘하고 나온 것 같다. 위기를 잘 벗어나면서 많은 실점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의리는 “이번 대회 첫 등판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나름 잘 막으면서 긴장이 풀렸다. 최일언 투수코치님과 밸런스 얘기를 하면서 잘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의리는 “개인적으로 좋은 밸런스로 던졌다. 아까 말씀드렸듯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서로 많이 발전해서 만났으면 좋겠다”며 일본과의 다음 승부를 기대했다.
이의리는 19살 신인이었던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1라운드 도미니카공화국전(5이닝 4피안타 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3실점), 준결승 미국전(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 모두 선발로 호투했다. 당시 2경기에서 10이닝 동안 삼진 18개를 잡아내며 국제용 투수 탄생을 알렸다.
WBC에선 제구 난조로 흔들렸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손가락 물집을 이유로 중도 하차했지만 이번 APBC 일본전 호투로 다시 존재감을 높였다. 이날까지 이의리는 국제대회에서 총 4경기에 나서 승리 없이 2패만 안았지만 16⅓이닝 동안 7점을 내주며 삼진 22개를 잡았다. 평균자책점 3.8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