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했다는 평가, 내가 더 아쉬웠다."
롯데 자이언츠의 2023년 선발진은 불안하게 시작했다. 댄 스트레일리-찰리 반즈-박세웅-나균안-한현희의 로테이션을 일찌감치 구축한 채 시즌을 치렀지만 나균안이 4월 한 달 간 최고의 역량을 과시하면서 선발진을 이끌었을 뿐, 다른 투수들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3+1년 최대 40억 원에 영입한 사이드암 한현희를 영입하면서 선발진의 한 축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불펜 투수로 보직이 전환됐다.
한현희의 불펜 전환 시점은 2022년 9승 투수인 이인복의 복귀 시점과 맞물렸다. 이인복은 2022년 롯데 최고의 발견 중 하나였다. 이인복은 투심의 장점을 극대화 하면서 선발진에서 경쟁력을 보여줬고 26경기(23선발) 9승9패 1홀드 평균자책점 4.19(126⅔이닝 59자책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4년 2차 2라운드로 입단한 강속구 유망주는 인고의 세월을 거쳤다. 그리고 입단 9년차에 투심과 땅볼이라는 캐릭터를 갖추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세를 이어가려고 했던 올해, 팔꿈치 뼛조각 통증이 심화되면서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롯데 입장에서는 최대 변수가 되는 듯 했지만 FA 시장에서 한현희의 영입 등으로 공백을 최소화 하려고 했다.
다만 한현희도 부침을 겪었고 이인복도 6월 복귀 이후 좀처럼 본 궤도를 찾지 못하면서서 올해 롯데의 구상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이인복은 올해 10경기(5선발) 1승4패 평균자책점 6.48(33⅓이닝 24자책점) 의 성적에 그쳤다.
이인복은 현재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비교적 베테랑으로서 한현희 심재민 등 베테랑 투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2024년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이인복도 새롭게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아직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는 못한 상태다.
그는 "청백전 2경기를 던졌는데 점수는 안줬지만 솔직히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제 공이 아니었다는 느낌이었다. 훈련은 똑같이 소화하고 있고 몸 상태는 좋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도 2022년의 성과를 지우고 제로 베이스에서 투수들을 평가하고 눈에 담고 있는 상황. 그는 "아직 감독님께서 보시기만 했다. 확실하게 더 잘하고 눈에 띄면 말을 한 번 걸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수술 당시의 상황이 아쉽다면 아쉽다. 팔꿈치에 뼛조각이 돌아다졌지만 지난해는 통증이 없었다. 그러다가 올해 갑작스럽게 통증이 생겼고 수술까지 곧바로 이어졌다. 이인복은 "올 시즌 성적이 워낙 안좋았기 때문에 만약 참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라면서 "지난해 없었던 통증이생겼고 수술 이후 다시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결국 결과가 너무 안좋았다. 재활 프로그램대로 정상적으로 진행을 했지만 구위가 별로였다. 예정대로 복귀를 했는데 제 공이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인복은 투심의 무브먼트로 생존을 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투심에 매몰됐다. 투심의 무브먼트를 찾으려다가 다른 것들을 놓쳤다. 경기까기 그르쳤다. 그는 "투심 투수라서 무브먼트를 생각해야 했는데 무브먼트가 지난해만큼 안나오다 보니까 그걸 찾으려다가 더 안됐다"라면서 "투심 자체의 제구와 무브먼트가 안 좋다 보니까 이 고민만 했다. 경기를 했어야 했는데 투심이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라고 되돌아봤다.
롯데는 4월 1위에 등극했고 이후 6월까지 LG SSG와 함께 3강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6월 중순부터 힘이 빠지고 있었다. 그래도 다시 동력을 회복할 시점 중 하나로 이인복의 복귀를 꼽고 있었다. 그런데 이인복이 지난해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면서 구상은 꼬였다. 이인복도 롯데도 모두 수렁에 빠졌다.
이인복은 "팀이 잘하고 있을 때 나도 함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컸고 빨리 복귀해서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 부진으로 이인복에게는 '반짝 투수'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이 '반짝 투수'라는 표현을 스스로 경계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우려를 했다. 지난해 반짝이 아니었냐는 말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수술 이후에 이러한 오명을 딛고 지난해 좋았던 성적을 이어가고 싶었다"라면서 "그런데 결국 안됐다. 누구보다 제가 더 아쉽다"라고 했다.
서울고 시절 배터리로서 호흡을 맞췄던 유강남과의 재회도 올해는 결국 해피엔딩이 되지 못했다. 그는 "(유)강남이에게 미안하다. 강남이가 원하는 코스에 던져야 하는데 내가 던지지 못했다. 145km 이상이 나오면 안 맞을 수 있지만 나는 그런 투수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까 강남이에게 미안했다"라면서 "내년에는 강남이가 원하는 코스에 잘 맞춰주는 게 첫 번째 임무다"라고 미안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