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가 호투했지만 일본에는 그보다 더 좋은 괴물이 있었다. 타선이 침묵한 한국이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두 번째 경기 일본전에 1-2로 패했다.
선발투수 이의리가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호투했지만 타선이 일본 좌완 스미다 치히로에게 꽁꽁 묶였다. 스미다는 7이닝 3피안타 1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은 스미다가 내려간 뒤 9회 김휘집의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냈다. 무득점 패배를 면했지만 1점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일본은 전날(16일) 대만전 4-0 승리에 이어 2경기 연속 마운드의 힘으로 승리했다. 2연승으로 18일 호주전에 관계 없이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전날 첫 경기 호주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노시환의 끝내기 안타로 3-2 승리를 거둔 한국은 이날 패배로 1승1패가 됐다. 나란히 1승1패를 마크 중인 대만과 18일 오후 7시 예선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준결승전으로 한국은 원태인, 대만은 왕옌청을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아울러 한국은 일본 사회인 선수들이 주로 참가하는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 일본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최근 7연패를 당했다.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전 4-3 역전승 이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이의리는 지난 3월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일본전에서 실점은 없었지만 ⅓이닝 3볼넷 1탈삼진으로 제구 난조를 보였다. 그로부터 252일 만에 다시 오른 도쿄돔 마운드에서 선발 중책을 안았다. 류중일 한국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이의리로 갈 때까지 갈 것이다. 내일(18일) 대만전도 이겨야 한다. 어제(16일) 불펜을 많이 썼고, 내일 대만전 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의리가 최대한 길게 던져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류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켜준 투구였다. 그 과정이 조금 험난하긴 했다. 1회 일본 1번타자 오키바야시 유키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포수 김형준의 2루 도루 저지로 한시름 놓자마자 코조노 카이토, 모리시타 쇼타, 마키 슈고에게 3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사토 데루아키를 3구 연속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만나미 츄세이를 중견수 뜬공 잡고 실점 없이 만루 위기를 넘겼다.
2회 삼자범퇴로 안정을 보인 이의리는 3회 다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오키바야시에게 볼넷을 내준 뒤 코조노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 모리시타 쇼타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무사 만루. 두 번째 고비였지만 일본의 4번타자 마키에게 몸쪽 높은 152km 직구를 던져 유격수 쪽으로 먹힌 땅볼을 유도했다. 6-4-3 병살타. 선취점을 내줬지만 아웃카운트 2개와 맞바꾼 순간. 계속된 2사 3루에서 사토를 다시 한 번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주지 않았다.
4회 선두타자 만나미에게 던진 2구째 146km 직구가 한가운데 몰린 실투가 되면서 중월 솔로 홈런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3타자 모두 범타로 가볍게 잡았고, 5회에도 김형준의 도루 저지 도움 속에 3타자로 끝냈다. 6회에는 마키(중견수 뜬공), 사토(중견수 뜬공), 만나미(2루수 땅볼)를 삼자범퇴로 막고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이의리도 잘 던졌지만 일본에는 그보다 더 좋은 좌완 투수가 있었다. 2021년 드래프트 1순위로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한 뒤 올해 22경기(131이닝) 9승10패 평균자책점 3.44 탈삼진 128개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키운 좌완 스미다가 한국 타선을 잠재웠다. 일찌감치 한국전 맞춤 선발로 예고됐는데 그 이유를 보여줬다. 150km에 가까운 빠른 공에 체인지업, 스플리터, 커브 등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한국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스미다는 1회부터 3회까지 3이닝 연속 퍼펙트로 위력을 떨쳤다. 1회부터 김도영이 스미다에게 3구 삼진을 당했다. 초구 커브, 2구째 체인지업을 지켜보다 3구째 스플리터에 배트가 헛돌았다. 3개의 각기 다른 구종을 스트라이크존에 넣으면서 흔들었다.
2회 노시환도 스미다의 4구째 낮은 체인지업에 배트가 헛돌았다. 3회에는 박승규와 최지훈이 연이어 3구 삼진을 당했다. 박승규는 2개 연속 커브를 놓친 뒤 체인지업에 배트가 허공을 갈랐고, 최지훈도 2구째 체인지업에 이어 3구째 더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배트가 따라나오며 그대로 당했다.
4회 김혜성이 1루 내야 안타로 출루했지만 다음 타자 김도영이 4구째 체인지업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노시환이 스미다의 초구 한가운데 몰린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좌전 안타로 연결, 1,2루 찬스를 잡았지만 문현빈이 초구에 투수 땅볼로 물러나 처음 찾아온 기회를 놓쳤다.
5회에는 1사 후 김주원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지만 나머지 3타자들이 삼진 또는 범타로 물러났다. 6회에는 김도영이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노시환이 스미다의 체인지업 3개에 3구 삼진을 당했다.
7회도 아쉬웠다. 1사 후 김형준의 땅볼 타구에 일본 2루수 카도와키 마코토가 포구 실책을 범하며 주자가 나갔지만 다음 타자 김주원의 잘 맞은 타구가 3루 정면으로 향하는 직선타가 됐다. 1루 주자까지 더블 아웃으로 허무하게 끝났다.
한국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2사 후 김휘집이 일본 마무리 다구치 카즈토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려 무득점 패배를 면했다. 손성빈 타석에 대타로 나온 김휘집은 다구치의 5구째 가운데 높게 들어온 141km 직구를 공략해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겼다. 승부가 일본 쪽으로 거의 기울어가는 상황에서 나온 깜짝 홈런이었다.
하지만 다음 타자 김주원이 다구치의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한국은 1점 차이로 아깝게 졌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예선 13-8 승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예선 9-2 승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결승 13-1 승(7회 콜드게임)
1999년 서울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 5-3 승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예선 7-6 승(연장 10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전 3-1 승
2001년 대만 야구월드컵 8강전 1-3 패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예선 9-0 승
2003년 삿포로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 0-2 패
2003년 쿠바 야구월드컵 예선 0-2 패
2005년 네덜란드 야구월드컵 8강전 5-1 승
2005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예선 2-6 패
2005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결승 3-5 패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예선 3-2 승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라운드 2-1 승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결승 0-6 패
2006년 대만 대륙간컵 예선 1-2 패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예선 7-10 패
2006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예선 1-7 패
2007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예선 6-3 승
2007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결승 5-6 패
2007년 타이중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 3-4 패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5-3 승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6-2 승
2008년 아시아시리즈(일본) 예선 4-3 승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2-14 패(7회 콜드게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결승 1-0 승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라운드 4-1 승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라운드 결승 2-6 패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 3-5 패(연장 10회)
2009년 한·일 클럽 챔피언십 4-9 패
2010년 대만 대륙간컵 결선 3차전 8-1 승
2010년 대만 대륙간컵 5,6위 결정전 1-2 패
2010년 한·일 클럽 챔피언십 0-3 패
2011년 아시아시리즈(대만) 예선 0-9 패
2011년 아시아시리즈(대만) 결승 5-3 승
2012년 아시아시리즈(부산) 예선 0-5 패
2012년 타이중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 예선 0-4 패
2015년 타이중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 2-1 승2015년 WBSC 프리미어 12 예선 0-5 패
2015년 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 4-3 승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예선 1차전 7-8 패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결승전 0-7 패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1차전 5-1 승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 3-0 승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8-10 패
2019년 프리미어12 결승전 3-5 패
2021년 도쿄 올림픽 제2준결승전 2-5 패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4-13 패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2-0 승
2023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예선 2차전 1-2 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