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돌발 상황에서도 김도영(20·KIA)은 침착했다. 당황하지 않고 넥스트 플레이에 집중하며 기막힌 병살을 만들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첫 경기 호주전. 연장 10회초 무사 1,2루 승부치기 상황에서 한국의 마무리투수 정해영은 클레이튼 캠벨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크리스 버커에게 3루 쪽 직선타를 맞았다.
김도영 정면으로 타구가 날아갔는데 글러브를 맞고 튄 공에 그만 얼굴을 맞았다. 통증이 있었지만 김도영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떨어진 공을 주워 빠르게 3루를 밟은 뒤 곧바로 2루에 송구했다. 마치 고의 낙구를 한 것처럼 절묘하게 더블 플레이를 완성한 뒤에야 김도영은 얼굴을 만지며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경기 후 김도영은 “글러브 맞고 맞아서 괜찮다”며 웃은 뒤 “될 놈은 된다고 한다. 내가 될 놈이라고 생각한다. 제 몸을 희생해서 병살을 만들었다. 우리가 이길 경기였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투수 정해영도 “다행이라고 말하기엔 그렇지만 얼굴에 맞아서 병살이 됐다. 도영이한테 잘 놓쳐줘서 고맙다고 했다”며 웃었다.
정상적으로 타구를 잡았다면 병살이 아니라 아웃카운트 하나만 올라갈 상황이었다. 하지만 약간의 행운과 침착한 넥스트 플레이가 겹쳐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도영은 “인플레이 상황이라서 다음 플레이만 생각했는데 그냥 정신 없이 했다. 2루로 던질 때 주자가 시야에 약간 가렸지만 신경 안 쓰고 던졌다”고 돌아봤다.
김도영의 기막힌 병살 처리로 10회초 승부치기 위기를 실점 없이 넘어간 한국은 10회말 노시환의 끝내기 안타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타격에서도 김도영은 1-2로 뒤져있던 8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측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김주원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면서 동점 득점을 올렸다.
앞서 3타석에서 김도영은 유격수 땅볼, 삼진, 삼진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특히 3회 1사 1,2루, 5회 1사 1,3루에서 연이어 삼진을 당하며 득점 기회를 날렸지만 마지막 타석 2루타와 10회 호수비로 전부 만회했다.
김도영은 “초반에 너무 정신이 없었다. 중요한 찬스가 걸렸지만 계속 못 쳐서 팀에 미안했는데 나중에 결정적인 안타도 치고 해서 다행인 것 같다”며 경기 도중 동갑내기 선발투수 문동주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동주가 계속 말을 걸어줘 편하게 할 수 있었다. 2타수 무안타를 치고 있을 때 동주가 ‘웃어라. 끝나고 밥 먹으러 가자’고 해서 마음이 조금 풀렸다. 동주가 확실히 국제대회를 한 번 경험해서 그런지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 때였던 지난 2021년 9월 U-23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된 바 있는 김도영에게 이번 APBC는 프로가 된 이후 첫 국제대회. 이날이 사실상 국가대표 데뷔전이었던 그에겐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로 긴장이 되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