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던지게 해서 개인적으로 미안하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첫 경기 호주전을 3-2로 승리한 류중일 한국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발투수 문동주(20·한화)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이날 문동주는 5⅔이닝 동안 102개의 공을 뿌리며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5탈삼진 2실점 역투로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류중일 감독은 “문동주가 약 한 달을 쉬어서 경기 전에는 투구수를 80~90개 선으로 정했다. 5회 끝난 뒤가 교체 타이밍이었다”며 “문동주가 4~5회 밸런스가 너무 좋다고 하더라. 100구까지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많이 던지게 해서 개인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소속팀 한화가 지난해 입단 때부터 애지중지 관리하고 보호 중인 에이스다. 한화를 넘어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미래 에이스인 만큼 철저하게 이닝 및 투구수를 관리했다. 이닝 제한에 따라 올해는 지난 9월3일 잠실 LG전을 끝으로 시즌을 118⅔이닝에서 마무리했다.
이후 한 달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한 문동주는 대회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10월2일 예선 첫 경기 대만전(4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에서 패했지만 역투를 했고, 7일 결승 대만전(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이끌었다. 각각 70구, 92구를 던졌다.
그로부터 다시 한 달 넘게 쉬면서 APBC 준비에 들어갔다. 16일 호주전은 40일 만에 치른 공식 경기로 9월 이후 휴식과 준비 과정을 두 번이나 거치면서 문동주의 컨디션 관리도 어려웠다. 이날 경기 후 문동주는 “오랜만에 던져서인지 감도 떨어지고, 많이 힘들었다. 확실히 힘이 없었다. 경기 초반뿐만 아니라 계속 힘든 느낌이 있었다”며 “아시안게임 때 10이닝 던진 이후로 처음 던진 것이다. 쉬었다 던지고, 다시 쉬었다 던지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1회부터 제구가 흔들리면서 볼넷 2개와 폭투로 주자를 쌓더니 클레이튼 캠벨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하지만 2회 우익수 윤동희가 슬라이딩 캐치에 이어 3루 보살로 두 번이나 호수비하며 문동주를 도왔고, 3회부터 완전히 안정을 찾았다. 최고 구속은 154km로 평소보다 조금 떨어졌지만 변화구가 잘 먹혔다. 그는 “평소보다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다. 1회 폭투가 있긴 했지만 체인지업이 괜찮았던 것 같다. 커브도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5회를 연속 탈삼진 포함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은 문동주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5회까지 84구를 던져 교체가 예상됐지만 이닝을 거듭할수록 밸런스가 좋아지자 스스로 투구 의지를 보였다. 그는 “제가 더 던지겠다는 의사를 보여 6회에 올라왔다”고 밝혔다. 4일간 4경기를 치르는 대회 특성상 불펜을 가능한 아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6회 선두타자 알렉스 홀에게 던진 3구째 150km 직구가 높게 들어가는 실투가 되면서 우중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다시 마운드로 향했지만 교체 없이 문동주가 자리를 지켰다. 문동주는 “코치님이 투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제게 더 던질지 의사를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교체 없이) 맡기실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내야 땅볼 2개로 투아웃을 잡았으나 제시 윌리엄스에게 6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6구째 152km 직구가 몸쪽 존에 걸쳤지만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으면서 문동주는 무척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투구수가 102구로 불어나면서 결국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내려와야 했다.
문동주는 “존이 좌우로 많이 좁은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연습경기할 때 로봇 심판이 봤는데 그거랑 비슷했다”며 “개인적인 승리는 못했지만 팀이 이겨서 좋다. 초반에 힘들었지만 포수 (김)형준이형의 리드가 너무 좋았다. 형 리드를 보고 던지면서 최소 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다. 6회를 마무리하고 내려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잘했고, 팀이 이겼으니 괜찮다”고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