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등급 FA' 오승환의 최상 플랜, 2년 계약→삼성 투수 최초 영구결번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3.11.17 07: 40

KBO는 지난 15일 2024년 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2024년 FA 자격 선수는 총 34명이다. FA 등급 별로는 A 등급 8명, B 등급 14명, C 등급 12명이다. 이 중 처음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12명, 재자격 선수는 8명, 이미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FA 승인 신청을 하지 않고 자격을 유지한 선수는 14명이다. KBO리그 최초 개인 통산 400세이브에 빛나는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은 C등급으로 분류됐다. 
경기고와 단국대를 졸업한 뒤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7년 입단 3년 차에 최소 경기 및 최단 시즌 100세이브 달성을 시작으로 2009년과 2011년 최소 경기 및 최연소 기록을 동시에 경신하며 각각 150세이브, 200세이브를 완성했다. 특히 334경기 만에 달성한 200세이브는 최소 경기 세계 신기록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다. 2023.05.03 / foto0307@osen.co.kr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다. 2023.04.02 / foto0307@osen.co.kr

또한 오승환은 250, 300, 350, 400세이브 모두 KBO리그 최초로 달성하며 세이브 부문에서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대기록을 만들어갔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무려 6년 동안 해외 진출로 KBO리그를 떠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세이브를 쌓아 올렸다. 지난 6월에는 한·미·일 통합 500세이브라는 기록도 만들어낸 바 있다.
오승환의 이러한 기록은 역대 최다인 6번 해당 부문 타이틀을 차지할 만큼 꾸준히 쌓아 올린 세이브 덕분이다. 오승환은 2021년 KBO리그 역대 최고령 시즌 40세이브 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총 9차례 20세이브 이상 기록했다.
올 시즌 기대 이하의 모습에 '한물갔다'는 평가는 물론 은퇴설까지 나돌았다. 이대로 무너질 오승환이 아니었다. 2승 3패 10세이브 2홀드(평균자책점 4.80)로 전반기를 마감한 오승환은 후반기 들어 2승 2패 20세이브 2홀드(평균자책점 2.20)를 거두는 등 안정감을 되찾으며 차곡차곡 팀 승리를 지켰다. 오승환은 지난달 14일 SSG와의 홈 최종전에서 1⅓이닝 무실점으로 KBO 최초 개인 통산 400번째 세이브를 달성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은 오승환은 구단 측에 잔류 의사를 표했다. 협상 테이블을 열어 의견을 나눴다. 오승환은 삼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전성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승환 대신 뒷문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올 시즌 오승환 대신 좌완 이승현에게 소방수를 맡겼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던 대선배 오승환 뒤에서 던질 거라고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승현은 "제겐 굉장히 큰 경험이었다. 제가 승환 선배님 뒤에서 던진다는 생각을 누가 했겠는가. 정말 영광이었다"면서 "좋은 기회를 주신 만큼 잘하고 싶은 마음은 컸는데 역시 아무나 하는 건 아니었다. 등판할 때마다 승환 선배님이 정말 대단하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다. 2023.07.04 / foto0307@osen.co.kr
올 시즌 계투진이 헐거워져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은 FA 시장에서 불펜 요원을 영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외부 수혈과 별개로 오승환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30세이브를 거두는 등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줄 만큼 1군 핵심 자원이다. '리빙 레전드' 오승환은 투수조는 물론 선수단 전체에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라커룸의 진정한 리더다. 
점진적인 세대교체 속에서 오승환 같은 베테랑 선수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김윤수, 양창섭, 이재희 등 삼성 마운드의 미래를 책임질 영건들이 병역 의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1군 무대에 안착하기 전까지 오승환이 필요하다는 의미. 단년 계약보다 2년 계약이 적절할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8월 KBO 팬퍼스트상을 수상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9.29 / foto0307@osen.co.kr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 등 역대 삼성 영구결번 주인공 모두 타자 출신이다. 오승환은 구단 투수 최초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개인 성적이야 말할 것도 없고 2005, 2006, 2011, 2012, 2013년 다섯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승환이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삼성 투수 가운데 영구결번 대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서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 오승환도 올 시즌 연봉(18억 원) 만큼 받는 건 쉽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하고 구단 측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오승환의 가치를 폄하해선 안 된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다. 2023.04.14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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