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해야 한다. 그거밖에 없다".
16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충연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이 같이 말했다.
경북고를 졸업한 뒤 2016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은 최충연은 2018년 2승 6패 8세이브 16홀드(평균자책점 3.60)로 필승조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그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혜택까지 누렸다.
전국구 스타로 우뚝 설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오른쪽 팔꿈치 수술 등으로 한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지난해 38경기에 나서 승리 없이 1패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4.70. 7월(9경기 평균자책점 2.70)을 제외하면 아쉬움이 짙었다. 9월 25일 KIA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박진만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결산 인터뷰를 통해 최충연을 투수 MVP로 선정하며 "본인 스스로 약속한 1000구 이상을 소화했고 실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개인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팀에 파이팅을 불어넣어 준 점도 고마웠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올 시즌 계투조의 핵심 멤버로 기대를 모았으나 7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82에 그쳤다. 5월 20일 창원 NC전 이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박진만 감독은 "기대를 정말 많이 했다. 준비도 많이 했다. 연습량도 엄청 늘렸다. 선수 본인이 가장 답답할 거다. 스프링캠프부터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시즌 들어와서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너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최충연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준비는 잘했는데 다치는 바람에 아무 것도 못했다. 모든 게 제 탓"이라며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보다 방향성에 좀 더 신경 쓰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다쳤던 어깨 상태는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충연은 "많이 좋아졌다. 현재 80% 수준에 이르렀다. 팔을 풀 때 조금 불편한 느낌은 있는데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며 하루하루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군 복귀 후 많은 경기를 소화한 게 아니다 보니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 때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계속 실전 경험을 쌓으며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안 아픈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퓨처스팀 투수 파트 코치들의 조언에 따라 투구 폼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 와인드업과 달리 팔을 뒤로 빼는 동작이 특징이다. 최충연은 "그동안 공을 강하게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그런지 투구할 때 부드러운 느낌이 사라졌다. 코치님들의 조언에 따라 좀 더 간결한 투구 폼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커리어 하이 달성 이후 날개를 펼치지 못한 최충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계투진이 허약하다는 혹평이 나올 때마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미안함이 더욱 커졌다. "어금니 꽉 깨물고 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해야 한다. 그거밖에 없다"고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물론 몸 상태만 괜찮다면 잘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