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의 끝내기 안타로 호주를 꺾은 한국이 ‘숙적’ 일본을 만난다. 일본전 선발투수로는 좌완 에이스 이의리(21·KIA 타이거즈)가 나선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첫 경기 호주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문동주가 5⅔이닝 동안 102개의 공을 뿌리며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고, 김영규(⅔이닝), 신민혁(0이닝), 최지민(⅔이닝), 최승용(1⅔이닝), 정해영(⅓이닝)으로 이어진 불펜이 4⅓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타선은 9회 정규이닝 동안 득점권 1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찬스를 살리지 못해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2회 김형준, 8회 김주원의 적시타로 2점을 냈지만 시원하게 터지진 않았다. 결국 연장 승부치기로 넘어왔고, 10회말 무사 1,2루에서 나온 첫 타자 노시환이 좌완 다니엘 맥그래스의 초구를 받아쳐 벼락 같은 끝내기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번 APBC는 한국, 일본, 대만, 호주 4개국이 풀리그를 치른 뒤 상위 2개 팀이 결승전에 진출한다. 첫 경기인 이날 호주전이 중요했는데 1승을 먼저 따내면서 결승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첫 경기부터 호주에 7-8로 덜미를 잡히더니, 바로 다음날 일본전 4-13 대패를 당하며 조기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이번에도 첫 경기 호주전이라서 부담스러웠고, 결정타 부족으로 고전했지만 끝내기 역전승으로 결과가 좋았다는 점이 다행이다.
경기 후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참 힘들게 게임한 것 같다. 문동주가 홈런 하나 맞았지만 잘 던져줬다. 7회 2사 만루 위기에서 최지민이 잘 막아준 게 승부처였다. 그때 흐름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지 않았나 싶다”며 “내일(17일) 일본전 선발은 이의리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살 신인 시절이었던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이의리는 1라운드 도미니카공화국전(5이닝 4피안타 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3실점), 준결승 미국전(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에 선발로 나서 호투했다. 10이닝 동안 삼진 18개를 잡아내며 강력한 구위를 뽐냈다.
그러나 올해 3월 WBC에선 1경기 등판에 그쳤다. 예선 일본전에서 7회 구원등판, ⅓이닝 3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제구 난조를 보인 뒤 강판됐다. 메이저리그 공인구인 롤링스사 공이 미끄러운 편인데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애를 먹었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일본전에서 우리나라 투수 중 가장 빠른 155km 강속구를 뿌려 눈길을 끌었다.
류 감독도 “이의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좌완 투수다. 일본에 좌타자들이 많이 있다. 이의리가 제구만 잘 되면 잘 막아주리라 생각한다. 볼이 빠르고, 제구가 잘 될 때는 상대가 잘 못 치는 스타일이다. 내일 1회부터 제구가 잘 되는지 안 되는지 관찰하도록 하겠다”며 “상대 투수도 왼손이 나온다고 들었다. 저녁에 다시 한 번 비디오를 보고 공략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일본 선발은 좌완 스미디 치히로(24·세이부 라이온즈)로 올해 22경기(131이닝) 9승10패 평균자책점 3.4 탈삼진 120개를 기록했다. 177cm로 키가 작지만 최고 150km 직구에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하며 제구가 안정된 유형이다.
이날 한국 타선은 노시환이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지만 1~3번 김혜성(4타수 무안타), 최지훈(5타수 무안타), 윤동희(4타수 무안타)가 13타수 무안타로 막혔다. 류 감독은 “내일 타순 변화가 조금 있을 것이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일본을 이기긴 쉽지 않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노메달, 올해 3월 WBC 1라운드 조기 탈락 등 국제대회 부진으로 한일 야구 격차가 꽤나 벌어졌다. 인터뷰 말미에 한국의 최근 국제대회 부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류 감독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따냈다. 국가대표 세대 교체를 위한 대회인 만큼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일본야구를 상대해보면 선수들도 느끼는 것이 많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날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노시환도 “내가 생각하는 일본 투수 이미지는 컨트롤이 정말 좋고, 몸쪽과 바깥쪽을 자유자재로 던지면서 수준급 변화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어떤 투수가 올라오든 내가 타석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며 1경기, 1경기 이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일본 투수들을 잘 이겨내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