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홈런왕’ 노시환(23·한화)이 답답한 경기 흐름을 한 방에 끝냈다.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초구에 총알 같은 타구를 만들어내며 끝내기 안타를 만들어냈다.
노시환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첫 경기 호주전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10회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노시환의 끝내기에 힘입어 한국도 3-2로 호주를 꺾고 첫 경기 스타트를 성공적으로 끊었다.
이날 선발 문동주(5⅔이닝 2실점)에 이어 불펜도 4⅓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한국은 그러나 타선이 시원하게 터지지 않았다. 8회 김주원의 동점 적시타가 터지기 전까지 1-2로 끌려다녔다. 9회까지 득점권에서 1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호주 투수들은 빠른 공은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로 한국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답답한 경기 흐름 속에서 노시환이 분투했다. 1회 첫 타석에서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난 노시환은 3회 2루 내야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5회에는 좌측 2루타로 장타 손맛을 본 노시환은 10회 마지막 타석에서 한 번의 스윙으로 끝냈다. 2-2 동점으로 맞선 10회 무사 1,2루 승부치기 상황에서 호주 좌완 다니엘 맥그래스의 초구 체인지업이 한가운데 몰린 것을 번개 같은 스윙으로 받아쳤다. 총알처럼 날아간 타구가 좌중간에 떨어지면서 2루 주자 최지훈이 홈에 들어왔다. 한국의 3-2 승리를 이끈 끝내기 안타.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노시환은 “국제대회에 나오면 정말 쉬운 팀이 없다. 첫 경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호주전을 이겨 좋은 분위기를 내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기분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낸 노시환은 “상대 투수의 제구가 너무 좋았다. 초구부터 원하는 공이 들어오면 (배트를) 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타석에 들어가기 전 류중일 감독님께서도 준비를 빨리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초구부터 준비하고 대비했는데 마침 투수가 실투를 던져 끝내기 안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중심타자로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는 노시환이지만 이날까지 국제대회 7경기에서 아직 홈런이 없다. 올해 KBO리그 홈런왕(31개)에 등극한 노시환은 “홈런은 안 나왔지만 국제대회에서 처음 보는 투수의 공을 욕심낸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늘도 타석에서 홈런 욕심보다 주가가 있을 때 컨택을 해서 어떻게든 주자를 모으고 불러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홈런은 언젠가 잘 맞으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의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첫 경기를 승리하면서 17일 ‘숙적’ 일본전에 대한 부담도 조금 덜어졌다. 노시환은 “오늘 경기를 가져오면서 팀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내일 경기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가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일본 투수들의 이미지에 대해 “컨트롤이 정말 좋고, 몸쪽과 바깥쪽을 자유자재로 던지면서 수준급 변화구를 갖고 있다”고 답한 노시환은 “1경기, 1경기 이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어떤 투수가 올라오든 타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겠다. 일본 투수를 잘 이겨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