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호주에 WBC 패배를 설욕했다. 연장 승부치기 끝에 호주를 잡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첫 경기 호주전을 3-2 끝내기 승리로 장식했다. 연장 10회 무사 1,2루 승부치기에서 노시환이 초구에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진땀나는 승리를 거뒀다.
선발투수 문동주가 5⅔이닝 동안 102개 공을 뿌리며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5탈삼진 2실점 역투로 승리 발판을 마련했고, 김영규(⅔이닝), 신민혁(0이닝), 최지민(⅔이닝), 최승용(1⅔이닝), 정해영(1⅓이닝)으로 이어진 불펜이 4⅓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10회초 무사 1,2루 승부치기 상황을 실점 없이 막은 정해영이 구원승을 올렸다. 타선에선 노시환이 끝내기 안타 포함 3안타 1타점, 김주원이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지난 3월9일 도쿄돔에서 치러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첫 경기에서 호주에 7-8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조기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그로부터 252일 만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난 호주를 누르고 설욕했다.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역대 국제대회에서 호주 상대로 9승4패를 마크한 한국은 결승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번 APBC는 한국, 일본, 대만, 호주 4개국이 풀리그를 치른 뒤 상위 2개 팀이 결승전에 오른다.
어렵게 1승을 확보한 한국은 17일 오후 7시 일본을 상대로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지난달 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만을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으로 대만을 압도하며 대표팀 에이스에 등극한 문동주는 이번 APBC도 첫 경기 호주전 선발 중책을 맡았다. 17일 일본전 선발등판도 예상됐지만 류중일 한국 감독은 결승 진출을 위해 잡고 봐야 할 호주전에 에이스 카드를 꺼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 이후 40일 만에 실전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는 경기 초반 실전 공백 영향인지 제구가 흔들렸다. 1회 호주 1번 리암 스펜스를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문동주는 1사 1루에서 릭슨 윙그로브 상대로 던진 4구째 체인지업이 원바운드 폭투가 됐다. 그 사이 1루 주자 스펜스가 2루를 지나 3루까지 갔다. 윙그로브도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킨 문동주는 2사 1,3루에서 클레이튼 캠벨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계속된 2사 1,2루 위기에서 크리스 버크를 커브로 루킹 삼진 잡고 추가 실점 없이 1회를 마친 문동주는 2회 수비 도움을 받았다. 첫 타자 제시 윌리엄스의 안타성 타구를 우익수 윤동희가 슬라이딩 캐치하며 아웃을 잡아냈다. 2사 후 브릴리 나이트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문동주는 스펜스에게도 우전 안타를 내줬다. 여기서 또 윤동희의 수비 도움이 있었다. 2루를 지나 3루로 뛰던 1루 주자 에드워즈를 정확한 송구로 잡아냈다.
3회부터는 우리가 아는 문동주의 모습이 나왔다. 3회 선두 애런 화이트필드가 초구에 3루 기습 번트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윙그로브를 1루 땅볼, 홀을 2루 땅볼, 캠벨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캠벨은 문동주의 6구째 바깥쪽 낮게 스트라이크존 걸치는 공에 배트가 따라나올 수밖에 없었다.
4회에도 볼넷 1개가 있었지만 캠벨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나머지 3명의 타자를 아웃시켰다. 5회에는 이날 경기 첫 삼자범퇴에 성공했다. 1사 후 우타자 화이트필드는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좌타자 윙그로브는 몸쪽 높은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5회까지 투구수 84개였던 문동주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4번 알렉스 홀에게 던진 3구째 150km 바깥쪽 높은 직구를 공략당해 우중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마운드를 지킨 문동주는 투아웃을 잡았으나 윌리엄스를 6구 승부 끝 볼넷으로 내보낸 뒤 내려갔다.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투구수 102개로 경기를 마쳤다. 2사 1루에서 올라온 구원 김영규가 에드워즈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문동주의 실점은 2점으로 끝났다.
한국은 이날 김혜성(2루수) 최지훈(중견수) 윤동희(우익수) 노시환(1루수) 문현빈(좌익수) 김도영(3루수) 나승엽(지명타자) 김형준(포수) 김주원(유격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이 짜여졌다. 김혜성, 최지훈, 윤동희, 노시환, 김형준, 김주원 등 6명의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멤버들이 이날도 선발 라인업에 들었다. APBC를 통해 대표팀에 새로 합류한 김도영이 3루수로 선발출장하면서 노시환이 1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대체 선수로 합류한 문현빈과 나승엽도 각각 5번 좌익수, 7번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들었다.
1회 선취점을 내준 한국은 2회 1점을 내며 균형을 맞췄다. 호주 선발 브로디 쿠퍼-바살라키스 상대로 선두타자 문현빈이 2루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김도영의 유격수 땅볼로 선행 주자 문현빈이 2루에서 포스 아웃됐지만 나승엽의 볼넷으로 이어진 1사 1,3루에서 김형준의 중전 적시타가 터졌다. 초구 낮은 슬라이더를 잘 받아쳐 중견수 앞 안타로 연결했다. 김주원의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가 이어졌지만 추가점이 나오지 않았다. 김혜성이 1루 땅볼, 최지훈이 2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잔루 만루가 되고 말았다.
3회에는 바뀐 투수 코엔 윈을 상대로 2루 땅볼을 친 윤동희가 호주 2루수 윌리엄스의 포구 실책으로 1루에 나갔다. 노시환도 2루 쪽으로 깊은 타구를 날려 내야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지만 이번에도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문현빈이 8구 승부 끝에 좋은 타구를 날렸지만 중견수 뜬공으로 잡힌 게 아쉬웠다. 이어 김도영과 나승엽이 연이어 루킹 삼진을 당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4회에도 2사 2루에서 최지훈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한국은 5회 노시환의 좌익선상 2루타에 이어 문현빈의 땅볼 타구를 호주 2루수 윌리엄스가 또 놓치면서 1사 1,3루 기회를 이어갔다. 여기서 김도영이 헛스윙 삼진, 나승엽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5회까지 무려 9개의 잔루를 쌓았다. 6회는 이날 경기 첫 삼자범퇴로 끝났다.
한국은 7회초 1사 후 올라온 구원 신민혁이 내야 안타와 볼넷으로 1,2루 위기를 쌓고 내려갔다. 좌완 최지민이 올라오자오자 볼넷을 주면서 1사 만루가 됐지만 홀을 유격수 내야 뜬공, 캠벨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곧 이어진 7회말 반격에서 기회를 잡으며 한국 쪽으로 흐름이 넘어오나 싶었다.
1사 후 윤동희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간 뒤 노시환의 땅볼 때 호주 3루수 캠벨이 포구 실책을 범해 1,2루 기회를 잡았다. 좌타자 문현빈 타석이 되자 호주는 좌완 다니엘 맥그래스로 투수를 교체했다. 맥그래스의 바깥쪽 슬라이더에 투스트라이크를 당한 문현빈이 3구째 직구를 쳤지만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한국은 8회초 다시 호수비로 분위기를 바꿨다. 2사 후 미첼 에드워즈의 좌측 펜스를 직격하는 큼지막한 타구가 나왔다. 한국 좌익수 문현빈은 펜스를 맞고 나온 공을 잡은 뒤 중계 플레이에 나선 유격수 김주원에게 던졌다. 이어 김주원이 2루수 김혜성에게 연결했고, 런다웃 플레이를 통해 1루수 노시환이 에드워즈를 태그 아웃시켰다.
곧 이어진 8회말 반격에서 한국이 마침내 침묵을 깼다. 선두타자 김도영이 7구 승부 끝에 좌측 날카로운 타구로 2루타를 폭발했다. 대타 박승규가 번트 실패 후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김형준의 유격수 땅볼로 이어진 2사 3루에서 김주원이 맥그래스와 9구 승부 끝에 먹힌 타구가 2루수 키 넘어 우중간에 떨어졌다. 김주원의 1타점 적시타로 2-2 동점. 그러나 계속된 공격에서 1루 주자 김주원이 곧바로 견제사를 당하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무사 1,2루에서 시작하는 연장 승부치기에 들어갔다. 10회초 무사 1,2루에서 정해영이 실점 없이 막았다. 캠벨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버크의 3루 직선 타구를 김도영이 잡았다가 놓쳤다. 하지만 김도영은 당황하지 않고 떨어진 공을 주워 3루를 밟은 뒤 2루로 송구하며 병살타를 엮어냈다. 글러브를 맞고 튄 타구에 얼굴을 맞은 김도영이지만 통증을 참고 침착하게 더블 플레이를 연결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이어진 10회말 무사 1,2루에서 노시환이 끝내기 안타를 쳤다. 맥그래스의 초구 가운데 몰린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중간에 떨어지는 총알 같은 타구를 만들어냈고, 2루 주자 최지훈이 홈에 들어오며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 3번째 안타를 끝내기로 장식한 노시환이 승리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
▲ 역대 국제대회 호주전 전적(프로선수 참가 기준 13경기 9승4패)
2000년 시드니 올림픽 - 예선 3-5 패
2006년 대만 대륙간컵 - 예선 9-10 패
2007년 대만 야구월드컵 - 예선 1-2 패
2007년 대만 야구월드컵 - 5.6위 결정전 5-0 승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16-2 승(7회 콜드)
2011년 파나마 야구월드컵 – 예선 8-0 승
2011년 파나마 야구월드컵 – 5,6위 결정전 3-2 승
2011년 대만 아시아시리즈 - 예선 10-2 승
2012년 부산 아시아시리즈 - 예선 6-1 승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6-0 승
2019년 프리미어12 예선 5-0 승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7-8 패
2023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예선 3-2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