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4승 5패 평균자책점 2.63을 거두며 2007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백정현(삼성). 지난해 4승 13패 평균자책점 5.27로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공부할 부분이 참 많았다"고 지난해를 되돌아본 그는 조용히 칼을 갈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올 시즌 18경기에 나서 7승 5패 평균자책점 3.67로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을 거뒀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게 아쉬웠다.
경산 볼파크에서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인 백정현은 "계속 공부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새로운 훈련 방법도 시도해보고 안 던졌던 공도 던져보고 있다"면서 팔꿈치 상태에 대해 "이곳에서 열심히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정현은 4월 18일 고척 키움전에서 8⅓이닝 퍼펙트 행진을 펼치는 등 이른바 인생투를 선보였다. 그는 "운이 좋았다. 안타가 될 게 잡히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스트라이크를 열심히 던지는 것뿐이었다. 나머지는 다 운이었다"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8월 26일 키움전을 마지막으로 올 시즌을 마감한 그는 "올 시즌 부상으로 일찍 마감하게 되어 너무 아쉽다. 잘하고 못하고 떠나 안 다치고 올 시즌을 완주하는 게 목표였는데 너무 아쉽다"고 했다. 비활동 기간 중 삼성 트레이너 출신 이한일 대표가 운영하는 재활 센터에서 몸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힌 그는 "지난해 일본 이지마 치료원에 가서 효과를 봤는데 이번에도 가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올 시즌 안우진(키움), 문동주, 김서현(이상 한화) 등 파이어볼러의 광속구 경쟁이 화제를 모았다. 백정현은 최고 구속 140km 초반에 불과하나 칼날 제구력으로 승부했다. 투수의 기본은 스피드가 아닌 컨트롤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
백정현은 "저도 구속에 대한 욕심을 낸 적이 있었다. 야구를 해야 하는데 혼자 싸우고 있더라. 제가 무슨 스피드 대회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왜 스피드에 집착했는가 싶었다. 결국 투수의 기본은 제구력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 대로 백정현의 취미는 사진 촬영과 독서. '백작가'라고 불릴 만큼 사진 찍는 솜씨가 뛰어나다. "사진 촬영은 요즘 안 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요즘에는 뇌과학에 대한 책을 자주 읽는데 뇌가 어떻게 작용하고 도파민 형성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백정현은 마지막으로 "안 아파야 야구를 하는데 부상 때문에 올 시즌 일찍 마치게 되어 팀에 미안하고 개인적으로도 너무 아쉽다.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올 시즌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부상 없는 시즌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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