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실력만큼 남다른 넉살을 자랑하는 ‘KBO 홈런왕’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이 일본 기자들도 미소짓게 했다.
15일 일본 도쿄돔. 오전 11시10분부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나서는 한국대표팀의 훈련이 시작됐다. 일본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은 저녁에 있었지만 이른 시간부터 적잖은 일본 기자들이 도쿄돔 1루 덕아웃을 찾아 한국 선수들을 취재했다.
올해 KBO리그 홈런왕(31개)을 차지하며 한국의 4번타자로 주목받고 있는 내야수 노시환에게도 일본 취재진의 관심이 쏠렸다. 훈련을 마친 노시환을 향해 일본 기자들이 다가갔고, 노시환도 한국어에 능통한 ‘일본의 KBO 전문가’ 무로이 마사야 씨를 통해 인터뷰에 응했다.
노시환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우승하고 왔다. 이번 대회에도 무조건 우승 목표로 하겠다”며 지난 2018년 9월 일본 미야자키서 열린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상대한 일본에서 기억이 나는 선수로 후지와라 쿄타(23·지바 롯데 마린스)의 이름을 꺼냈다. 좌투좌타 외야수 후지와라는 올해 1군 데뷔 후 가장 많은 103경기를 뛰면서 타율 2할3푼8리(328타수 78안타) 3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후지와라와 함께 내야수 코조노 카이토(23·히로시마 도요카프)도 당시 일본의 청소년대표 중 한 명이었다. 코조노의 이름이 나오자 반색한 노시환은 “유격수를 보던 선수였는데 우리랑 했을 때 2~3개 실책을 하고 못 쳤다.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 눈여겨봤던 기억이 있다”며 추억을 떠올렸다. 당시 일본전에서 한국은 일본을 3-1로 꺾었다. 코조노는 2021년부터 히로시마 주전 유격수로 활약 중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의 1라운드 조기 탈락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조금은 아픈 질문이었지만 노시환은 성숙한 답을 내놓았다. “WBC에서 아쉽게 졌지만 그때는 제가 없었다.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낀 노시환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고 좋은 흐름으로 왔다. 우리 한국 야구가 세대 교체와 함께 정말 강해졌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WBC에서 본 가장 인상 깊은 일본 선수에 대한 물음이 마지막에 있었다. 노시환은 “일본 선수들은 다 잘하는 선수들이다. 정말 잘한다”며 특정한 선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내 오타니 쇼헤이의 이름을 꺼냈다.
“아, 오타니 선수 정말 멋있었다. 리스펙트!”라고 외친 노시환은 “지금도 빅리그에서 정말 잘하고 있지만 WBC에서 깊은 인상을 안겨줬다. 정말로 멋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양손으로 엄지를 들고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노시환의 넉살에 일본 기자들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노시환뿐만 아니라 한국대표팀 주장 김혜성(24·키움 히어로즈)에게도 일본 취재진이 붙었다. 김혜성은 “일본은 강팀이다. 이번 대회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온 만큼 우리도 열심히 해야 한다”며 인상적인 투수로 이번 일본대표팀 에이스 이마이 타츠야(25·세이부 라이온즈)를 꼽으며 “자신 있게 잘 던지고, 컨트롤도 좋다”는 설명을 했다.
WBC에서 만난 거포 2루수 마키 슈고(25·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 대한 물음에도 김혜성은 “WBC에서 봤는데 타격도 잘하고 수비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야구 선수로서 열정이 넘쳐 보였다”고 존중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