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의 4번타자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의 국제대회 마수걸이 홈런이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터질까.
노시환은 지난달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을 통해 성인 국가대표로 데뷔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믿음 속에 아시안게임에서 3~4번 중심타자로 나선 노시환은 6경기에서 타율 4할3푼8리(16타수 7안타) 6타점 8볼넷 출루율 .577 장타율 .563 OPS 1.140으로 활약하며 한국의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특히 결승으로 가는 중요 길목이었던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6회 선제 희생플라이, 8회 쐐기 적시타로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아시안게임 때 2루타, 희생플라이를 2개씩 기록하며 큼지막한 타구들을 날렸지만 시원하게 담장 밖으로 넘어간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O리그 홈런왕(31개) 타이틀로 일본의 경계 대상으로 꼽히는 노시환이다. 더군다나 도쿄돔은 홈에서 펜스까지 거리가 좌우 100m, 중앙 122m로 길지만 좌우중간이 110m로 짧다. 내외부 기압 차이로 지붕을 부양하는 구조라 구장 내 상승 기류로 타구가 멀리, 잘 뻗어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홈런 타자에게 유리하다.
15일 도쿄돔에서 적응 훈련을 가진 노시환은 “국제대회에서 아직 홈런이 없어 아쉽다. 홈런 하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도쿄돔은 오늘 배팅을 쳐봐야 알겠지만 타구가 잘 날아간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고 은근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실제 프리 배팅 때 노시환은 중앙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리며 남다른 파워를 과시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도 노시환에게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류 감독은 훈련을 마친 뒤 공식 인터뷰에서 타선에 대한 물음에 “테이블세터들이 출루를 많이 하고, 4번타자 노시환의 장타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류 감독은 “대구에서도 훈련할 때도 노시환이 좋은 타격을 보였다. 오늘도 타격하는 모습을 잠깐 봤는데 당겨치는 타구가 아니라 센터 라인 쪽으로 치더라. 내일 첫 경기부터 좋은 타구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며 16일 첫 경기 호주전부터 한 방을 기대했다.
호주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예선 첫 경기에서 한국을 8-7로 꺾는 이변을 일으킨 팀이다. 한 수 아래로 여긴 호주에 덜미를 잡힌 한국은 다음날 일본에도 4-13 대패를 당하며 WBC 1라운드 조기 탈락의 쓴맛을 봤다.
8개월 전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첫 경기 호주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에이스 문동주를 17일 일본전이 아니라 호주전에 내세운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류 감독은 “호주부터 이겨야 결승전에 갈 수 있다”며 “호주도 투수들이 좋다. 타자들도 좋고, 거기에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꼭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선 4번타자 노시환의 한 방이 더더욱 필요하다.
노시환도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신감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그걸 또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팀 분위기는 너무 좋다”며 “쉬운 팀은 없다. 국제대회에선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강하고 약한 팀이 없다. 매 경기 소중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다 이긴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필승 각오를 다졌다.
한편 호주 선발투수는 브로디 쿠퍼-바살라키스(23·브리즈번 밴디트)로 예고됐다. 180cm, 88kg 체격을 갖춘 우완 투수로 올해 NCAA 그랜드캐년 대학에서 18경기(1선발.27⅓이닝) 1승3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3.95의 성적을 냈다. 전문 선발투수가 아니라 오프너로 짧게 던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 ‘닛칸스포츠’ 따르면 쿠퍼-바살라키스는 자신의 강점으로 변화구의 다양성을 말한 뒤 “이 대회를 목표로 노력해왔고, 지금 컨디션이 가장 좋다. 경험을 쌓을 수 있어 기대된다. 준비는 됐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