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야구대표팀 감독이 첫 판부터 에이스 문동주(20·한화 이글스) 카드를 꺼냈다. ‘숙적’ 일본과의 승부가 바로 다음날 있지만 류중일 감독은 호주부터 확실히 잡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류중일 감독은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적응 훈련을 마친 뒤 공식 인터뷰에서 문동주를 16일 열리는 호주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17일 일본과의 승부가 중요한 만큼 에이스 문동주의 한일전 등판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류 감독은 호주전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에이스 카드를 썼다.
한국은 지난 3월9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예선 첫 경기에서 한 수 아래로 여긴 호주에 7-8로 패하며 덜미를 잡혔다. 본선 진출을 위해선 꼭 잡아야 할 경기였지만 다음날 일본전을 생각하다 총력전을 펼치지 못했다. 김광현이 불펜 대기했지만 다음날 일본전 선발로 나섰다. 일본을 상대로도 4-13 대패를 당한 한국은 시작부터 2연패로 사실상 1라운드 조기 탈락을 당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APBC는 WBC만큼 성적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다. 하지만 우선 과제인 결승전에 진출하기 위해선 풀리그에서 호주와 대만을 이기는 게 가장 확률이 높다. 일본전도 신경 써야 하지만 결승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호주전에 먼저 집중한다.
문동주는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만을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압도하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중압감이 큰 경기에서 최고의 투구로 ‘빅게임 피처’ 면모를 보여줬다. 큰 경기 경험이 더해진 한국대표팀의 1선발, 에이스 카드다.
류 감독은 “이번 대회는 4경기이고, 선발투수는 4명만 있으면 된다. 4명 모두 결정했다”며 “문동주를 먼저 선발로 낸 것은 컨디션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던진 것만큼 잘 던져주면 좋겠다. 주무기는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라고 에이스에 기대감을 표했다.
대표팀은 지난 6일부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소집돼 일주일 동안 훈련을 했다. 14일 일본 도쿄로 넘어와 15일 도쿄돔에서 가볍게 적응 훈련을 했다. 16일 호주전, 17일 일본전, 18일 대만전을 치른다. 4개국 풀리그를 통해 상위 2개 팀이 19일 결승전에 오르게 된다.
류 감독은 “한국에서 일주일 훈련했고, 다들 컨디션이 좋다. 오늘 훈련으로 (도쿄돔도) 적응했다. 호주전부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예선에서 3경기 해야 한다. 호주부터 이겨야 결승전에 갈 수 있다. 상대 전력 분석을 잘해서 매 경기, 매 이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대 경쟁국에 대해서도 류 감독은 “일본이 최고로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세계 야구가 아주 강해지고 있다. 쉬운 팀이 없다.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이번 대회는 어린 선수들을 위한 대회라고 생각한다. 내년 11월 프리미어12, 더 나아가 2026년 WBC까지 봐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3~4년 후 꿈의 대회를 향해 무럭무럭 커가는 대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한국야구 미래들의 성장을 기대했다.
한편 첫 경기 호주전 중책을 맡은 문동주도 “한국에서부터 대회 준비를 잘했다. 컨디션이 너무 좋다”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기억이 있다. 그 이후 한 달 이상 지나서 처음 치르는 대회다. 좋은 기운 잘 갖고 좋은 경기를 하도록 하겠다”며 “이번 대회 목표도 당연히 우승이다. 아시안게임 때 해냈고, 좋은 기운을 가져오면 한 번 더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시안게임 때보다 평균 연령이 더 낮아졌는데 한국 젊은 선수들의 안 될 것 없다는 패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