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논란과 불의의 부상으로 마법의 여정을 함께하지 못한 강백호(24·KT 위즈)가 내년 시즌 천재타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지난 13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LG에 패하며 1승 4패로 V2 도전이 좌절된 KT. 하지만 KT의 2023시즌 여정은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6월 꼴찌에서 기적의 정규시즌 2위를 해냈고, 플레이오프에서 2패 뒤 3연승을 거두며 역대 3번째 플레이오프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승리와 2, 3차전 명승부를 통해 2위의 품격을 유감없이 뽐냈다.
그러나 팀의 간판타자인 강백호는 정규시즌 71경기 출전에 이어 마법의 가을 여정마저 함께하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플레이오프 대비 자체 청백전에서 스윙 도중 우측 내복사근이 손상되며 포스트시즌 출전이 좌절됐다. 정규시즌의 아쉬움을 털고자 그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가을을 준비했지만 과유불급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내가 그렇게 세게 치지 말라고 했건만…”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KT는 가을야구에서 강백호 대신 문상철, 김민혁 등 새로운 지명타자 카드를 활용했지만 승부처 한방이 있는 그의 공백을 완전히 메울 순 없었다. 박병호, 앤서니 알포드 등 중심타자들이 지독한 타격 슬럼프에 빠지면서 강백호를 향한 그리움이 더욱 커졌다. 이 감독도 “강백호는 투수가 상대하기 쉬운 타자가 아니다.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강백호의 프로 6번째 시즌은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지난 3월 열린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불행의 시작이었다. 8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이른바 ‘세리머니사’로 국민적 공분을 산 것. 2루타를 친 뒤 인플레이 상황에서 3루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잠시 2루 베이스에서 떨어졌고, 그 사이 2루수의 글러브 태그에 아웃을 당했다.
프로답지 않은 플레이로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강백호는 경기 후 세계 야구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세계 주요 스포츠 언론이 SNS에 ‘세상의 이런 일이’라는 주제로 강백호의 해당 영상을 업로드했다. 한국은 호주전 패배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채 1라운드 탈락했고, 강백호는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았다.
강백호는 세리머니사로 논란이 된지 불과 두 달 만에 또 다른 본헤드플레이로 야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5월 18일 잠실 LG전 5회말이었다. KT가 3-2로 근소하게 앞선 가운데 선발 고영표가 선두 박해민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후속 김현수를 만나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우익수로 나선 강백호가 김현수의 타구를 잡았고, 1루주자 박해민은 빠른 발을 앞세워 2루를 지나 3루에 도착했다. 무사 1, 3루 상황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박해민의 득점이었다.
강백호는 박해민이 3루에서 멈출 것이라 예상했는지 타구를 잡고 천천히 걸어 나오다가 2루수 장준원을 향해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무성의한 송구를 했다. 그 틈을 타 박해민이 홈을 밟은 것. 뒤늦게 강백호의 아리랑 송구를 받은 장준원이 홈을 바라봤지만 이미 박해민이 득점한 뒤였다. 뼈아픈 3-3 동점이었다.
강백호는 결국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6월과 8월 경기 출전 없이 온전히 휴식을 취했다.
심신을 회복한 강백호는 지난 9월 5일 1군 무대로 컴백해 월간 타율 3할3푼3리를 치며 천재타자의 귀환을 알렸다.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향해 그토록 바랐던 금메달을 목에 걸며 마침내 미소를 되찾았다.
마음의 병을 치유한 그는 포스트시즌 또한 그 어떤 선수들보다 열정적으로 준비하며 두 번째 우승반지를 꿈꿨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세리머니사로 시작해 부상으로 마무리된 강백호의 2023시즌. KT 관계자에 따르면 강백호는 현재 순조로운 재활을 통해 내년 시즌 부활을 꿈꾸고 있는 상황. 다사다난했던 2023년을 자양분으로 삼아 2024년 천재타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