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는 문동주가 복(福)이다.”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지난 8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한국인 최초 빅리거’ 박찬호(50)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고문은 문동주(20·한화)의 이야기가 나오자 반색하며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KBS 해설위원으로 문동주의 투구를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박찬호 고문은 이후 대전에서 열린 박찬호배 전국리틀야구대회, 고양에서 개최된 유소년 야구 캠프에 참석한 문동주와 가까이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문동주가 가진 실력과 잠재력만큼 바른 품성이 반 고문을 사로잡았다.
박 고문은 “문동주는 인성이 너무 좋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근성도 있고, 갖고 있는 능력이 아주 좋다. 젊으면서도 성숙하다”며 감탄한 뒤 “이런 선수가 KBO리그에 계속 나와야 한다. 관리 잘해서 야구 외적으로도 사람들에게 훌륭한 모습을 계속해서 알려야 한다. 그걸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우완 파이어볼러 문동주는 올해 KBO리그 국내 투수로는 역대 최초로 공식 160km 강속구를 뿌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올해 23경기(118⅔이닝) 8승8패 평균자책점 3.72 탈삼진 95개로 활약해 신인상도 유력하다. 류현진 이후 확실한 에이스를 찾지 못한 한화의 갈증을 풀어줄 대형 투수의 등장을 알렸다.
지난달 아시안게임을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도 높였다. 대만을 상대로 첫 경기와 결승전 모두 선발로 나서 호투했다. 특히 중압감이 큰 결승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승리로 ‘빅게임 피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문동주 덕분에 한국은 대만을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들이 만장일치로 자체 선정한 MVP이기도 했다.
문동주의 올해 야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닝 제한에 따라 소속팀 한화에선 9월초 시즌을 조기 마감했지만 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마지막 투구를 준비 중이다.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 동안 대구에서 대표팀 소집 훈련을 가졌다. 8일 상무 상대로 가진 연습경기에서 3이닝 1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의 APBC 대표팀은 14일 대회가 치러지는 일본 도쿄로 향했다. 15일 도쿄돔에서 훈련한 뒤 16일 호주전, 17일 일본전, 18일 대만전이 예정돼 있다. 4개국이 풀리그를 치른 뒤 상위 두 팀이 19일 결승전을 벌이는 일정이다. 선발투수는 1경기 등판으로 대회가 끝난다.
문동주는 오는 17일 ‘숙적’ 일본전 선발등판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일본야구의 심장이라는 도쿄돔 마운드에 처음 오르는 문동주에겐 열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드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는 소집 훈련 기간에 “한일전 선발 중책을 맡게 되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아시안게임 결승전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던질 것이다”고 각오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