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부담스럽다. 선대 회장님 유품이라서..."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LG 오지환은 꼭 롤렉스 시계를 받고 싶다고 했다. 초대 LG 구단주였던 故 구본무 회장은 1998년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 최우수선수(MVP)에게 주겠다며 고가의 롤렉스 시계를 사왔다.
롤렉스 시계를 받기 위해서는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오지환이 한국시리즈 MVP로 뽑여야 했다. 오지환은 '주장 직권으로 롤렉스 시계의 주인공을 정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주겠느내'는 질문에 "내가 갖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오지환은 MVP를 차지하면서 롤렉스 시계를 부상으로 품에 안게 됐다.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LG는 한국시리즈에서 KT 상대로 1차전에 9회 결승타를 내주며 아쉽게 패배했지만, 2차전부터 5차전까지 내리 4연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극적인 승리가 이어졌다. 2차전 박동원이 8회말 역전 투런 결승 홈런을 터뜨렸고, 3차전 오지환이 9회 2사 1,2루에서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시리즈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오지환은 2~4차전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타율 3할1푼6리(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 OPS 1.251으로 활약했다. 2차전, 3차전, 4차전에서 모두 홈런을 때려내며 단일 한국시리즈 최초로 3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시리즈 MVP 투표에서는 총 투표 93표 중에 80표를 얻어 MVP에 선정됐다. 박동원 7표, 박해민 4표, 유영찬 1표, 문보경 1표를 얻었다.
29년 만에 LG 우승을 이뤄낸 오지환은 MVP에 뽑히며 롤렉스 시계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LG는 롤렉스 시계를 공개했다.
오지환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뜻밖의 얘기를 했다. 그토록 갖고 싶다했던 롤렉스 시계를 부담된다며 기증하겠다고 한 것. 오지환은 "아직 시계를 보지는 못했다. 고민이 많다. 그 시계가 MVP에게 준다고 해서 받겠지만, 내가 차고 다니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선대 회장님 유품이라서 개인적으로 구광모 회장님 드려서 나는 더 좋은 선물을 받고 싶다. LG 구단 기념관에 뒀으면 좋겠다. 더 좋은 시계를 요즘 시대에 걸맞은 좋은 시계을 갖고 싶다”라고 말했다.
오지환은 우승의 기쁨으로 “정말 오래 기다렸다 너무 기쁘고 많이 울컥하다. 선배들이 많이 생각나기도 한다. 지금 엔트리 30명 자체가 많이 기억됐으면 좋겠다. 감독님 말씀처럼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 형들과 많이 야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의 비결을 묻자 오지환은 “상대팀에 좌완 투수가 없어서 부담이 크게 없었다. KT 투수들이 다 오른손이었다. 그러다보니 빠른 구종을 많이 노렸다. 결과도 다 직구 타이밍 가져가려고 했다. (김)현수형이 ‘지금부터 어떤 선택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좋은 선택하자’고 했는데 그러다보니까 직구를 흘려보내는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직구 타이밍에 공격적으로 가자고 생각했다”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오지환은 “이번 한국시리즈는 도전적으로 임했다. 젊거나 경험 많은 신구 선수들이 모두 좋은 활약을 해주며 조화를 잘 이룬 것같다. 그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가면 시리즈에서 매번 떨어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런 큰 경기에서는 대부분 긴장하는데 이번에는 긴장되지 않았다. 재미있었다. ‘실수하더라도 상황을 포기하지 말자. 플레이했을 때 이럴 수 있어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한국시리즈를 치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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