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무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었다. 이제 1990년대 우승팀 중 다시 정상에 오르지 못한 팀은 롯데와 한화 두 팀밖에 남지 않았다. 각각 31년, 24년 무관이다.
LG는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를 6-2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으로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오랜 응어리를 풀어냈다.
1994년 신바람 야구로 창단 두 번째 우승을 할 때만 해도 LG의 시간이 다시 오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2003~2012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기나긴 암흑기를 보낸 LG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올랐지만 큰 경기에서 고전하며 좀처럼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육성 파트를 강화하면서 뿌리가 탄탄한 팀으로 체질 개선했고, FA 영입 등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9년 만에 우승을 하는 과정에서 무려 11명의 감독들이 거쳐갔지만, 염경엽 감독 체제에서 마침내 한풀이에 성공했다.
LG는 KBO리그에서 우승과 그 다음 우승 사이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팀으로 역사에 남았다. LG가 1995~2022년 28년간 무관에 그친 사이 ‘잠실 라이벌’ 두산은 14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올라 5번 정상에 등극했다. 한 지붕, 두 가족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올해 우승으로 LG의 새로운 전성 시대를 예고했다.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누구보다 부러워했을 팀이 있다면 역시 롯데와 한화다. 이제 1990년대 우승팀 중 더 이상 우승을 못한 팀은 롯데와 한화밖에 없다. 기나긴 암흑기를 딛고 거듭된 도전 끝에 정상을 정복한 LG가 이제 두 팀의 롤모델이다.
롯데는 LG보다 우승한 지가 더 오래 됐다. 현존 KBO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정규시즌 우승 없이 한국시리즈 우승만 2차례 해낸 롯데는 1992년이 마지막 우승으로 남아있다. 내년이면 우승 후 32년째가 된다. 우승만 하면 올해 LG 기록을 넘어 KBO 역사상 최장 기간 한풀이 우승이 될 수 있다.
2001~2004년 4년 연속 꼴찌로 굴욕의 역사를 쓴 롯데는 가을야구도 2017년이 마지막으로 최근 6년 연속 실패했다. 투타에서 젊은 자원은 꽤 많이 모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성적에 목마른 롯데 팬들의 외침에 구단도 응답했다.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3번이나 정상에 올려놓은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면서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내년 당장은 어려워도 김태형 감독 3년 계약 기간 내 우승을 목표로 한다.
롯데 다음은 한화다. 1999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 세기말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20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하긴 했지만 2008~2017년 10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로 암흑기를 보냈다. 2018년 3위로 반짝했지만 최근 5년 연속 다시 가을야구에 실패하며 추락했다. 최근 16년 사이 꼴찌만 8번으로 참담했다.
올해 9위로 4년 연속 꼴찌 굴욕을 가까스로 모면한 한화는 리빌딩 과정에서 문동주와 노시환이라는 리그 대표 투타 기둥을 세웠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지명권으로 김서현, 황준서 등 특급 유망주들도 계속 들어오면서 팀의 기틀을 다졌다. 외부 FA 영입과 빅리거 류현진 복귀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우승 후 25년째가 되는 내년에는 5강 도전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25년 신구장 개장과 함께 본격적인 대권 도전 시나리오를 그리는 중이다.
한편 LG, 롯데, 한화만큼 오래 되진 않았지만 현존하는 구단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키움도 기다림의 시간이 꽤나 오래 됐다. 지난 2008년 창단한 키움은 올해까지 16년째 무관이다. 2013년부터 최근 11년 중 9번이나 가을야구에 나간 ‘PS 단골 손님’으로 강팀 이미지를 굳혔다. 2014년, 2019년, 2022년 한국시리즈에도 3번 진출했지만 전부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올 시즌을 앞두고 키움은 외부 FA로 투수 원종현, 외야수 이형종을 영입하며 우승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이정후의 마지막 시즌으로 우승 도전에 나섰지만 크고 작은 부상 악재 속에 창단 두 번째 꼴찌로 마쳤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로 떠나고,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에이스 안우진이 시즌 아웃될 내년에도 우승이 불가능에 가깝다. 우승 도전을 위해 최소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