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초대형 FA는 없다. 하지만 즉시 전력으로 활용 가능한 베테랑 타자들과 불펜 자원들이 주목받고 있다. 물밑에서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LG가 29년 묵은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면서 2023 KBO리그 시즌 일정도 마감됐다. 오는 16~19일 일본 도쿄에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가 열리지만 KBO리그 일정이 끝남에 따라 이제 오프시즌이 열린다.
스토브리그의 꽃은 역시 FA 시장이다. KBO는 한국시리즈 종료 5일 이내로 2024년 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한다. 18일 공시가 유력하다. 자격 선수는 2일 이내로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해야 하고, KBO는 신청 마감 다음날 권리 행사 선수들을 FA 선수로 공시한다. FA 승인 선수들은 공시 다음날부터 해외 구단 포함 모든 구단들과 협상이 가능하다.
일정대로라면 오는 22일부터 FA 계약 가능하다. 아직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기 전이지만 물밑에서 경쟁 분위기가 감지된다. 양의지(두산), 박민우(NC), 채은성(한화), 유강남(롯데), 박동원(LG), 노진혁(롯데) 등 50억원 이상 계약한 선수들이 쏟아지면서 FA 계약 총액 803억1500만원(20명 계약)에 달한 지난해처럼 ‘황금 어장’은 아니지만 즉시 전력으로 주목할 만한 FA들이 투타에 여럿 있다.
초대형 FA는 없지만 가을야구에 실패한 KIA, 삼성, 한화를 중심으로 전력 강화를 노리는 팀들이 있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FA 시장 특성상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과 이동이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FA 최대어는 양석환, 롯데는 안치홍·전준우 다 잡을 수 있나
가장 주목받은 최대어 선수는 내야수 양석환(32·두산)이다. 지난 2014년 LG에서 데뷔한 뒤 2021년부터 두산에서 활약 중인 양석환은 잠실구장 홈으로 쓰며 통산 홈런 122개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홈런 28개, 20개, 21개로 이 기간 홈런 전체 5위(69개). 올해 140경기 타율 2할8푼1리(524타수 147안타) 21홈런 89타점 OPS .787을 기록했다. 특급 성적은 아니지만 홈런 치는 능력은 확실하다. 장타가 부족한 시대에 우타 거포로서 가치가 높다.
롯데 내야수 안치홍(33), 외야수 전준우(37)도 주목해야 할 FA들이다. 4년 전 첫 FA 때 찬바람을 맞은 두 선수이지만 두 번째 FA는 분위기가 다르다. 일단 김태형 롯데 신임 감독이 구단에 두 선수와 재계약을 요청했다. 원소속팀이 잔류를 위해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데 타선 강화를 노리는 팀들이 두 선수를 주시하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다. 롯데는 내년 시즌 후 FA가 될 투수 김원중과 구승민이 있어 샐러리캡도 생각해야 한다.
경쟁이 붙어 시장 가격이 올라가면 안치홍이나 전준우 중 한 명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안치홍은 올해 121경기 타율 2할9푼2리(425타수 124안타) 8홈런 63타점 OPS .774로 활약했다. 2루수 중 리그 3번째 성적. 전준우는 138경기 타율 3할1푼2리(493타수 154안타) 17홈런 77타점 OPS .852로 나이가 무색한 타격 생산력으로 경쟁력을 유지 중이다.
또 다른 타자로는 김선빈(34·KIA)이 있다. 통산 타율 3할대(.303) 정교함을 자랑하는 김선빈은 올해도 타율 3할2푼(419타수 134안타) 48타점을 올렸다. 전천후 내야수 김민성(35·LG)을 비롯해 포수 김민식(34·SSG), 이지영(37·키움), 외야수 고종욱(34·KIA), 강한울(32·삼성) 등도 FA 신청이 예상된다.
즉시 전력 불펜 FA 넘친다, C등급 함덕주 인기 폭발 조짐
투수 쪽에선 불펜 자원이 어느 때보다 많다. 올해 불펜이 크게 무너진 삼성을 비롯해 여러 팀들이 즉시 전력으로 불펜을 눈여겨보고 있다.
KT에서 통산 169세이브를 쌓은 마무리투수 김재윤(33)의 이름이 먼저 눈에 띈다.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하긴 했지만 올해 59경기(65⅔이닝) 5승5패32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으로 안정감을 보였다. 검증된 마무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지만 투수 최대어 계약을 따낼 수 있을지는 봐야 한다.
LG의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가 된 좌완 함덕주(28)가 시장에서 조금 더 주목받는 분위기다. 함덕주는 이번 FA 중 주권(KT)과 함께 나이가 가장 젊다. 앞서 2년간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올해 57경기(55⅔이닝) 4승4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1.62로 반등하며 불펜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내구성 리스크가 있지만 중간, 마무리 모두 경험이 풍부하며 활용도가 높다. 무엇보다 보상선수가 필요하지 않는 C등급이 유력해 인기가 폭발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불펜에서 주권(28·KT), 홍건희(31·두산), 오승환(41·삼성), 정우람(38·한화), 임창민(38·키움)이 FA 자격을 얻는다. 아직 20대인 주권은 통산 110홀드를 거둔 검증된 불펜이지만 최근 2년 성적이 하향세이고, A등급이 유력해 운신의 폭이 좁다. 홍건희도 비슷한 상황이라 내부 잔류에 무게가 실린다. C등급인 오승환, 정우람, 임창민 등 베테랑 불펜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불펜에 비해 선발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LG의 우승 주역인 임찬규(31)가 올해 30경기(144⅔이닝) 14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3.42로 활약하며 FA 가치를 높였다. LG맨 이미지가 강하지만 시장에 워낙 선발이 없고, B등급이 유력해 여러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민재(33·한화)도 풀타임 선발은 아니지만 길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고, C등급이란 점에서 뎁스 강화용으로 수요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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