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김재윤이 한국시리즈에서 예상치 못한 슬럼프에 빠진 KT 위즈. 그러나 걱정은 없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이상동이라는 새로운 필승조 자원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몰린 5차전은 손동현, 박영현에 이상동을 필두로 한 총력전이 예상된다.
정규시즌 2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KT는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필승조 3명으로 뒷문을 꾸렸다.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만 해도 이들의 공은 ‘무적’이었다. 첫 풀타임 시즌을 맞아 필승 카드로 도약한 손동현이 플레이오프 MVP를 거머쥐었고, ‘제2의 오승환’ 박영현은 플레이오프 4경기 2홀드에 이어 한국시리즈 1차전 세이브 투수로 거듭났다. 김재윤도 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활약한 터.
물샐 틈 없었던 KT 필승 계투진은 한국시리즈 2차전부터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손동현, 박영현은 지쳤고, 김재윤은 큰 경기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손동현은 2차전 ⅔이닝 1실점에 이어 3차전에서 박동원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맞았고, 박영현은 2차전에서 역시 박동원에게 역전 투런포를 헌납하는 아픔을 겪었다.
김재윤은 손동현, 박영현보다 적은 이닝을 소화했음에도 세이브 2위(32개)의 품격을 뽐내지 못했다. 악몽의 시작은 3차전이었다. 7-5로 앞선 9회 경기를 끝내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 홍창기의 내야안타와 오스틴 딘의 볼넷으로 자초한 2사 1, 2루 위기에서 오지환 상대로 충격의 역전 스리런포를 허용했다. 이어 4차전에서는 0-2로 뒤진 5회 무사 1루 상황을 맞이해 1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2실점으로 또 무너졌다. 김재윤의 한국시리즈 평균자책점은 15.00에 달한다.
KT는 4차전에서 일찌감치 LG 쪽으로 승기가 넘어가자 필승조 카드를 아끼고 패전조 요원들을 투입해 5차전을 대비했다. 그 결과 4-15라는 부끄러운 스코어가 만들어졌지만 대신 손동현, 박영현이 이틀이라는 꿀맛 같은 휴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또 하나. 김재윤이 부진에 빠졌지만 이강철 감독은 “필승 카드가 1명 더 생겼다”라며 5차전 총력전 전망을 밝혔다. 사령탑이 언급한 ‘1명’은 지난해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예비역 우완투수 이상동이다.
이상동은 경북고-영남대를 나와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의 2차 4라운드 31순위 지명을 받았다. 아마추어 시절 대학야구의 특급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첫해 6경기 평균자책점 14.21에 이어 2020년 5경기 9.00, 2021년 6경기 8.53으로 번번이 좌절을 겪었고, 현역으로 군에 입대해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지난 4월 전역한 이상동은 두 달 만에 이강철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36경기 4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98의 호투를 펼치며 KT의 기적의 정규시즌 2위에 큰 힘을 보탰다. 순위싸움이 한창인 9월 월간 평균자책점 1.93, 10월 1.17의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는데 기세를 가을야구로 이어 플레이오프 2경기 1⅓이닝 무실점, 한국시리즈 3차전 2이닝 무실점 깜짝 호투를 선보였다.
이 감독은 “이상동의 3차전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이닝부터 밸런스가 잡히더라. 박영현, 손동현이 지쳐가고 있는 상황에서 필승조 카드가 1명 더 생겼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1승 뒤 3연패에 빠진 KT는 5차전에서 선발 고영표를 필두로 모든 전력을 가동하는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 1패면 가을야구가 끝나는 상황이기에 ‘내일이 없는’ 마운드 운영이 예상되는 상황. 마무리 김재윤이 좌절에 좌절을 겪으며 5차전 뒷문에 우려의 시선이 커졌지만 다행히 이상동이라는 깜짝 스타가 등장하며 다시 3명으로 필승조를 꾸릴 수 있게 됐다.
부진에 빠진 김재윤, 그리고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손동현과 박영현. 이상동이 KT 불펜의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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