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의 월드시리즈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텍사스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꺾으면서 지난 1961년 창단 이후 구단 역사상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62년 만에 한풀이 우승을 성공했다. 만년 하위팀이었고 투자의 성과가 빛을 보지 못했던 팀이었지만 올해 비로소 우승의 한을 풀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한풀이 우승의 역사가 쓰여졌다. 1985년 이후 38년 만에 한풀이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5일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일본시리즈 7차전에서 7-1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극적인 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특히 1985년 우승 당시 27세 선수였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38년 만에 감독이 되어서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의 스토리의 중심이 됐다.
대만프로야구에서도 감격의 스토리가 쓰여졌다. 12일 웨이취엔 드래곤즈가 대만시리즈 7차전에서 라쿠텐 몽키스를 6-3으로 꺾으며 시리즈전적 4승3패로 대만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웨이취엔은 1997년부터1999년까지 3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원년 강팀이었지만 모기업의 자금난으로 1999년 우승 이후 해체되는 비극을 겪었다.
이후 2019년 제5구단으로 재창단했고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원년 구단의 역사를 포함하면 역시 24년 만의 우승이었다. 해체와 재창단의 고난을 딛고 차지한 감격이다. 공교롭게도 웨이취엔의 7차전 우승은 KBO리그 출신 선수들이 이끌었다. KIA에서 활약했던 드류 가뇽이 선발 등판해 6이닝 3실점(2자책점) 호투했고 키움에서 뛰었던 제이크 브리검이 우승 확정 세이브 투수였다.
프로야구 4대리그 중 이제 한국의 KBO리그만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다. KBO리그 역시 한풀이 우승이 눈앞이다. 지난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감격의 순간을 맛보지 못했던 LG 트윈스가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LG는 올해 정규시즌 86승56패2무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1위를 여유있게 확정했고 통합 우승에 도전했다. 플레이오프에서 NC를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꺾고 올라온 KT 위즈와 맞대결을 펼쳤다.
7일 열린 1차전에서는 에이스 케이시 켈리의 6⅓이닝 2실점(1자책점) 호투에도 불구하고 타선이 KT 선발 고영표(6이닝 2실점(1자책점))을 공략하지 못했고 2-2 동점이던 9회초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KT 문상철에게 결승 적시 2루타를 얻어맞으며 2-3으로 패했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지 못했지만 이는 드라마 시나리오에도 담을 수 없는 극적인 승부를 위한 대반전의 복선이었다. 8일 2차전에서는 선발 최원태가 1회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4실점 하고 충격의 강판을 당했다. 그러나 이후 7명의 불펜 투수들이 8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타선도 야금야금 추격했다. 결국 3-4로 끌려가던 8회 1사 2루에서 박동원이 KT 필승조 박영현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결승 투런 아치를 쏘아 올리면서 5-4로 승리,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3차전은 각본으로 쓰기도 힘든 대접전이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경기, 3-4로 뒤지던 6회초 다시 한 번 박동원이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5-4로 역전했다. 하지만 8회말 조기 투입된 마무리 고우석이 박병호에게 재역전 투런포를 얻어맞는 등 5-7로 패색이 짙어졌다. 그런데 9회초, 2사 후 주장 오지환이 KT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극적인 재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9회말에는 1사 만루에서 김상수를 홈 병살타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8-7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완전히 기울게 했다.
과연 한국 미국 일본 대만 프로야구의 한풀이 우승 세계관이 LG의 우승으로 막을 내릴 수 있을까. 무려 153년의 한풀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