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텍사스 레인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끝난 메이저리그에선 윌 스미스(34)라는 불펜투수가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202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202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이어 올해 텍사스까지 3년 연속 각기 다른 팀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최초의 선수가 된 것이다.
올해 KBO 한국시리즈에서도 스미스처럼 ‘우승 기운’을 몰고 다니는 선수가 있다. LG 베테랑 포수 허도환(39)이 그 주인공으로 3승1패로 KT에 앞선 LG가 정상에 오르면 SK(현 SSG), KT에 이어 LG까지 통신 3사 팀에서 모두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된다.
지난 2007년 두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허도환은 1년 만에 방출된 뒤 군복무를 거쳐 2011년 넥센(현 키움)에 육성선수로 프로 무대에 다시 발을 들였다. 2015년 4월 한화로 트레이드됐고, 2017년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SK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 감독으로 허도환을 트레이드하고, SK 단장으로 그를 지명한 사람이 지금 LG를 이끄는 염경엽 감독이었다.
2018년 SK에서 허도환은 백업 포수로 활약하며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그해 정규리그 2위였던 SK는 한국시리즈에서 1위 두산을 4승2패로 업셋했다. 특히 마지막 6차전에 허도환은 12회 대수비로 교체출장, 13회 김광현의 마지막 아웃카운트였던 헛스윙 삼진 공을 잡으며 우승 확정 순간을 만끽했다.
2019년 11월 SK에서 KT로 트레이드된 허도환은 2021년 두 번째 우승을 맛봤다. 그해 KT는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을 4전 전승으로 제압하며 통합 우승했다. 허도환은 한국시리즈 4경기 모두 벤치를 지켰지만 엔트리에 들어 우승 반지를 받았다.
두 번째 우승과 함께 첫 FA 자격을 얻은 허도환은 2년 총액 4억원에 LG로 이적했다. 자신의 6번째 팀으로 우승 후보 LG에서 3번째 우승 반지 수집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졌다. 지난해 LG가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1승3패로 업셋을 당했지만 올해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KT에 3승1패로 앞서며 통합 우승을 앞두고 있다. 엔트리에 든 허도환은 4차전에서 7회 대수비로 들어와 8회 좌측 1타점 2루타로 LG의 15-4 대승에 힘을 보탰다.
한국시리즈 엔트리 포함 기준으로 지금까지 3개 팀에서 우승을 경험한 선수는 최훈재(1994년 LG, 1997년 해태, 2001년 두산), 박종호(1994년 LG, 1998·2000·2003년 현대, 2005·2006년 삼성), 심정수(1995년 OB, 2003·2004년 현대, 2005년 삼성) 등 3명에 불과하다. 허도환은 역대 4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 직전에 있다.
이동 통신사를 보유한 3개 팀에서 전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것도 최초 기록이 된다. SK가 2020년을 끝으로 야구단을 SSG에 매각함에 따라 허도환은 역대 유일한 통신 3사 우승 선수로 남을 수 있다. 2018년 SK 우승 멤버 30명 중 허도환을 빼면 16명이 현역인데 이 선수들이 LG, KT에서도 우승을 해야 가능하다.
허도환은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내진 않았다. 6개 팀을 오갈 정도로 굴곡이 있었고, 풀타임 주전 시즌도 없다. 하지만 한화 시절 그는 “가늘더라도 길게 야구하고 싶다. 나중에 내 나이의 또래 선수들이 아무도 없을 때까지 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다. 포수는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대로 허도환은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계속 롱런하고 있다. 안정된 수비력과 투수 리드, 타석에서 작전 수행 능력 등 소금 같은 조연으로 여러 팀에서 백업 포수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나아가 KBO리그에 전무후무할 통산 3사 우승 선수까지 이제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