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믿었던 수호신이 이틀 연속 무너졌다. 이제 1번만 더 패하면 통산 두 번째 우승 도전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4차전.
1차전 승리 이후 2연패를 당한 KT는 엄상백 선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LG 타선의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조기에 무너졌다. 1회 1사 후 박해민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김현수 상대로 맞은 선제 투런포가 치명적이었다. 이후 2회에도 무사 1, 2루 위기에 처하며 투구수가 늘어났고, 3회와 4회 연속 삼자범퇴에 이어 5회 선두 문성주에게 볼넷을 내주고 강판됐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에 앞서 엄상백 다음 투수를 묻는 질문에 “이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중간 투수들이 많이 지쳐서 마땅히 뒤에 붙일 사람이 없다. 상황을 조금 봐야할 것 같다”라고 고민을 드러냈다. 또 다른 선발 자원인 배제성의 등판 여부도 점쳐졌지만 이 감독은 “배제성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감독의 선택은 통산 169세이브에 빛나는 마무리 요원 김재윤이었다. 올 시즌 32세이브(세이브 부문 2위)를 올리며 뒷문을 지킨 클로저를 0-2로 뒤진 5회 무사 1루서 등판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김재윤은 지난 10일 3차전에서 악몽을 경험했다. 7-5로 앞선 9회 경기를 끝내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 홍창기의 내야안타와 오스틴 딘의 볼넷으로 자초한 2사 1, 2루 위기에서 오지환 상대로 충격의 역전 스리런포를 헌납했다.
김재윤은 추격조 강등에도 좀처럼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정규시즌에서 “김재윤만큼 직구 회전수가 좋은 투수가 없다”라는 사령탑의 극찬을 들었지만 5회 신민재의 희생번트로 처한 1사 2루에서 홍창기를 만나 1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4차전의 승기를 내준 순간이었다.
김재윤은 0-3으로 뒤진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오스틴을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오지환을 풀카운트 끝 볼넷으로 내보냈고, 후속 문보경에게 초구에 달아나는 쐐기 투런포를 맞았다. 3차전의 악몽이 재현된 순간이었다.
김재윤은 0-5로 뒤진 6회 김영현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씁쓸하게 경기를 마쳤다.
승기가 넘어갔다고 판단한 KT는 김영현, 김민, 주권 등 그 동안 등판이 없었던 패전조를 출격시키며 13일 5차전을 대비했다. 지칠 대로 지친 손동현, 박영현을 쉬게 하고 이틀 뒤 다시 반격에 나서는 그림을 그린 이강철 감독이었다.
의도는 좋았지만 패전조에 속한 투수들이 너무나 많은 점수를 내줬다. 1이닝 1실점의 김영현을 시작으로 0이닝 2실점의 김민, ⅔이닝 4실점의 주권이 7회에만 대거 7실점하는 참사를 겪었다. 이어 선발 후보인 배제성마저 2이닝 3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마운드와 더불어 타선도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전날 혈투 끝 역전패 여파가 컸는지 선발 김윤식을 필두로 한 LG 마운드 상대로 4점을 뽑는 데 그쳤다. 5회까지 득점에 실패하다가 승기가 넘어간 6회부터 점수를 냈다. 황재균-박병호-장성우의 클린업트리오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고, 외국인타자 앤서니 알포드는 예상치 못한 오금 통증으로 4회 교체됐다.
KT는 결국 LG에 4-15 대패를 당하며 1승 뒤 3연패 수렁에 빠졌다. 1패면 2021년 이후 2년 만에 창단 두 번째 우승 도전이 무산되는 벼랑 끝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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