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몸 상태 60%의 투혼이다. 이 정도의 컨택 능력을 지닌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선발로 출전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뿐이다.
KT 김민혁(28)은 지난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LG와의 3차전에 대타로 출전해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김민혁은 1-3으로 뒤진 5회 1사 2, 3루 찬스에서 문상철의 대타로 타석을 밟았다. LG가 좌완투수 함덕주를 마운드에 올랐지만 이강철 감독은 우타자 문상철을 빼고 좌타자 김민혁을 투입하는 변칙 전략을 꺼내들었다. 마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 좌완 이와세 상대로 좌타 김현수를 대타로 내세운 김경문 감독을 보는 듯 했다.
김현수가 대타 적시타를 친 베이징올림픽처럼 이강철 감독의 용병술 또한 적중했다. 함덕주 상대 2B-1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김민혁이 추격의 1타점 적시타를 적시타를 치며 4-3 역전을 뒷받침한 것. 김민혁은 다리 상태가 온전치 않음에도 후속 앤서니 알포드의 1타점 2루타 때 3루로 내달린 뒤 대타 이호연의 3루수 땅볼을 틈 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을 파고드는 투혼을 선보였다. 다만 결과는 비디오판독 끝 아웃이었다.
김민혁은 7회 선두로 나서 유영찬 상대로 우전안타를 치며 멀티히트까지 달성했다. 이어 대주자 이상호와 교체되며 이날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민혁은 지난 9월 21일 수원 롯데전에서 수비 도중 큰 부상을 입었다. 5-0으로 리드한 9회초 2사 1루 상황이었다. KT 김영현이 롯데 김민석을 상대로 우측 외야 방면으로 안타성 타구를 맞은 가운데 우익수 김민혁이 이를 멋진 슬라이딩 캐치로 처리하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김민혁은 타구를 잡는 과정에서 왼쪽 허벅지가 그라운드에 강하게 부딪혔다. 허벅지가 잔디에 걸리며 원활한 슬라이딩이 이뤄지지 못했다. 김민혁은 포구 이후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다급한 손짓으로 구단 트레이너를 요청했고, 오른손으로 왼손 허벅지를 부여잡은 채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김민혁은 병원 정밀 검진 결과 왼쪽 허벅지 근육이 두 군데 파열됐다는 비보를 접했다. 회복까지 최소 4주 소견이 나오며 포스트시즌 출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김민혁은 예상보다 재활이 장기화되며 허벅지 상태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주루, 수비가 불가능한 상태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러나 주루, 수비만 불가능할 뿐 타격은 정규시즌 타율 2할9푼7리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 모두 대타로 출전해 타율 6할6푼7리(3타수 2안타) 2타점 2볼넷의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김민혁은 한국시리즈에 들어와서도 계속해서 조커 역할을 수행했다. 1차전 1타수 1안타에 이어 2차전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3차전에서 멀티히트를 치며 LG 필승조들에게 공포의 대타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김민혁의 한국시리즈 3경기 타율은 7할5푼(4타수 3안타)에 달한다.
김민혁의 현재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 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나고 만난 김민혁은 “뛰는 건 60% 정도다. 타격은 별 이상 없는데 주루플레이, 수비할 때 통증이 아직 남아 있다”라고 허벅지가 완전치 않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팀의 우승을 위해 타격은 물론이고 주루에서도 투혼을 선보이고 있는 김민혁이다.
김민혁은 남은 시리즈에서도 승부처마다 투입돼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수행할 전망. KT가 7전 4선승제 승부에서 1승 뒤 2연패에 빠졌지만 김민혁이 있어 흐름을 다시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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