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승리 후 충격의 2연패를 당했지만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가을야구 내내 고민거리였던 ‘국민거포’ 박병호와 ‘가을 외인’ 앤서니 알포드가 마침내 타격감을 되찾고 장타를 펑펑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LG와의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3차전을 앞둔 KT의 최대 고민은 4번타자 박병호와 3번타자 알포드의 극심한 타격 슬럼프였다.
박병호는 NC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4번타자로 선발 출전했지만 20타수 4안타 1타점 타율 2할의 부진에 시달렸다. 20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삼진 7개에 병살타 2개를 기록했고, 적시타는 3일 4차전이 유일했다.
5일 5차전에서는 2-2로 맞선 6회 무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당시 병살타를 틈 타 홈을 밟은 김상수가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지만 그렇다고 박병호의 부진이 만회되는 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 또한 큰 반전은 없었다. 이강철 감독의 무한 신뢰 속 줄곧 4번 타순을 맡아 1차전 4타수 무안타 2삼진, 2차전 4타수 무안타 1삼진 1득점으로 침묵했다. 박병호의 2023 포스트시즌 타율은 1할4푼3리(28타수 4안타)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3번을 담당한 알포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5경기 타율 1할4푼3리(14타수 2안타) 1타점에 이어 한국시리즈 또한 1차전 3타수 무안타, 2차전 3타수 무안타로 침묵에 침묵을 거듭했다. 1점이 1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한국시리즈에서 3번타자와 4번타자가 동반 슬럼프에 빠진 KT였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에 대폭 변화를 줬다. 하위타선에 있던 배정대를 톱타자로 올리고, 부진한 알포드를 7번으로 내리며 배정대(중견수) 김상수(유격수) 황재균(3루수) 박병호(1루수) 장성우(포수) 문상철(지명타자) 알포드(좌익수) 오윤석(2루수) 조용호(우익수) 뉴 라인업을 선보였다. 다만 가을 타율 1할대의 박병호는 타순 변화 없이 그대로 4번에 배치했다.
이 감독은 “박병호, 알포드가 잘 맞지 않아 두 선수를 떨어트려 놨다. 황재균은 임찬규 상대 출루율이 좋다”라며 “테이블세터는 김상수가 컨택이 좋아 배정대가 출루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김상수가 계속 리드오프로 나가서 체력도 떨어졌다. 잘 치길 바란다”라고 타선의 반등을 기원했다.
강철매직의 변화는 적중했다. 일단 7번으로 내려간 알포드가 부담을 털고 작년 준플레이오프 타율 4할 맹타를 재현했다. 2회 첫 타석은 헛스윙 삼진이었지만 4회 1사 후 좌중간으로 타구를 보내며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했고, 2-3으로 뒤진 5회 1사 1, 3루서 LG 함덕주를 만나 1타점 2루타까지 때려냈다.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반등을 이뤄낸 알포드였다.
알포드와 달리 박병호의 방망이는 쉽게 깨어나지 않았다. 1회 1사 1, 2루서 병살타, 3회 무사 2, 3루서 짧은 우익수 뜬공으로 아쉬움을 삼킨 가운데 5회 1사 후 마침내 첫 안타를 쳤지만 6회 1사 1루서 헛스윙 삼진으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박병호는 마지막 타석에서 마침내 존재 이유를 입증했다. 5-5로 맞선 8회 1사 2루 찬스였다. LG 마무리 고우석을 만났고, 2B-2S에서 5구째 낮은 직구(152km)를 받아쳐 짜릿한 좌월 역전 투런포로 연결했다. 그 동안의 부진과 마음고생을 말끔히 씻어낸 홈런이었다. 알포드와 마찬가지로 박병호 또한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KT는 박병호의 부활포에도 9회 마무리 김재윤이 오지환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헌납하며 1승 뒤 2연패에 빠졌다. 2차전에 이어 3차전 또한 역전홈런을 맞고 패하며 2패 그 이상의 충격을 안았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는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와 달리 4승 고지를 선점해야 시리즈를 끝낼 수 있다. 우승까지 KT는 3승, LG는 2승을 더 거둬야 한다. 시리즈는 오는 15일 최대 7차전까지 일정이 잡혀 있다.
여기에 KT 선발야구를 뒷받침하지 못하던 박병호, 알포드가 한국시리즈 3경기 만에 마침내 감을 잡았다. 그것도 막강 전력을 자랑하는 LG 필승조를 상대로 장타를 때려냈기에 부활의 의미가 남달랐다. 남은 시리즈 KT에게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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