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합류한 뒤 첫 실전에 나선 '대전왕자' 문동주(한화 이글스 투수)는 "예상대로였다. 안 좋았다.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9점에 불과하다"고 불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문동주는 지난달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야구 결승전에 선발로 나서 160km대 광속구를 뿌리며 대만 타선을 6이닝 무실점 7탈삼진으로 잠재웠다. 한국은 대만을 2-0으로 꺾고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 큰 공을 세운 문동주는 이후 컨디션 회복에 몰두해왔다. 문동주는 지난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국군체육부대(상무)와의 연습 경기에 선발 등판, 3이닝 1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 수는 44개였고 최고 구속 150km까지 나왔다.
1회 나승엽에게 선제 솔로 아치를 허용한 문동주는 박승규를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했고 한태양과 조세진을 연속 삼진으로 제압했다. 2회 정민규, 권동진, 이주형 세 타자를 꽁꽁 묶었다. 3회 이해승, 김동헌, 나승엽 모두 외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문동주는 2-1로 앞선 4회 최승용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1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문동주는 "날씨가 너무 춥고 준비도 부족했다.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다 핑계일 뿐이다. 열심히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1회 선두 타자 나승엽과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직구(150km)를 던졌다가 우월 1점 아치를 허용한 걸 두고 "(나)승엽이 형이 잘 친 거다. 볼카운트 2B-2S에서 몸쪽 높게 보고 던졌는데 승엽이 형이 대응을 잘했다. 맞는 순간 라팍이라서 넘어갈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넘어갔다"고 대답했다.
KBO는 이날 경기에 '로봇 심판'이라고 불리는 ABS 시스템(자동 볼 판정 시스템)을 시험 가동했다. KBO ABS 시스템은 2020년부터 지난 4년간 퓨처스리그에서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해 왔으며 볼-스트라이크 판정의 정교함과 일관성 유지, 그리고 판정 결과가 심판에게 전달되는 시간 단축 등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
문동주는 "스트라이크 존이 좁은 느낌이었다. 특히 좌우가 생각보다 확실히 좁았고 상하도 넓지 않았다. 구위가 진짜 좋아야 할 것 같고 확실한 변화구를 추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스스로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날씨가 춥다 보니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문동주는 "아무래도 투수들은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날씨가 추워 아직 100% 피칭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도쿄돔에 가면 따뜻하니까 한결 나을 것 같다. 한국에서 훈련할 때 따뜻한 날이 있으면 피칭 한 번 해보면서 준비 잘해서 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일본, 대만, 호주 등 APBC 참가국 선수들의 동영상을 자주 보는 문동주는 "KBO 측에서 마련해준 전력 분석 프로그램을 보는데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들보다 더 잘하는 거 같다. 일본뿐만 아니라 참가국 모두 수준이 높다"면서 "아직 등판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