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것이 에릭 페디(30)의 야구 인생에서 최고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부자가 될 선발투수들’이라는 제목하에 올겨울 관심을 받는 FA 선발투수들을 여럿 언급했다. 그 중 가장 마지막에 언급된 투수가 올해 NC 다이노스에서 KBO리그를 완벽하게 지배한 우완 투수 페디였다.
뉴욕포스트는 ‘지난겨울 단 두 팀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페디는 한국에서 최고 투수가 되면서 FA 시장의 탐나는 선수가 됐다. 지난해 페디에게 계약을 제안한 팀 중 하나는 그를 즉시 전력으로 본 뉴욕 양키스였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2014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지명된 유망주 출신 페디는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27경기(127이닝) 6승13패 평균자책점 5.81로 부진했다. 워싱턴은 시즌 후 페디를 논텐더로 풀며 재계약하지 않았다. 사실상 방출 통보를 받으면서 11월19일 FA 자격을 얻은 페디는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흐른 12월20일 한국행이 발표됐다.
KBO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에 NC와 계약했다. 지난해 성적이 부진하긴 했지만 최근 2년 연속 선발로 27경기씩 던졌고, 2022년 연봉 215만 달러를 받은 현역 빅리거의 한국행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NC가 논텐더 이후 발 빠르게 접촉한 게 통했다. 다른 몇몇 팀들이 페디의 부상 이력으로 주저한 사이 NC가 적극적으로 올인했다.
양키스가 제안한 조건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후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미국에 남아 기회를 모색할 수 있었지만 페디는 낯선 땅인 한국으로 향하는 모험을 걸었고, 1년 만에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주목받는 선발투수로 탈바꿈했다.
올 시즌 페디는 30경기(180⅓이닝)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 WHIP 0.95 피안타율 2할7리로 KBO리그를 지배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로 외국인 투수 최초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WHIP, 피안타율까지 1위를 휩쓸었다. 1986년 해태 선동열 이후로 37년 만이자 역대 5번째 20승·200탈삼진을 해내는 등 압도적인 성적으로 MVP 수상도 유력하다.
미국 언론에서도 페디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일 ‘MLB.com’은 ‘KBO에서 성장해 미국으로 복귀한 메릴 켈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업계 일각에선 페디가 메이저리그로 넘어와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워싱턴을 떠난 뒤 갈고닦은 스위퍼로 이닝당 1개의 삼진을 잡았다’고 전했다.
이어 8일 ‘MLB 트레이드 루머스’도 ‘페디는 한때 많은 관심을 받은 유망주였지만 빅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 가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즌을 보냈다. 이번 FA 시장에서 흥미로운 와일드카드가 됐다’며 KBO리그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낸 켈리(2019년 애리조나, 2년 550만 달러), 조쉬 린드블럼(2020년 밀워키 브루어스, 3년 912만5000달러), 크리스 플렉센(2021년 시애틀 매리너스, 2년 475만 달러)보다 좋은 조건의 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이저리그 시장 상황도 페디에게 유리하게 조성됐다. 뉴욕포스트는 ‘모든 팀들이 선발투수를 원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보스턴 레드삭스, LA 다저스, LA 에인절스, 뉴욕 메츠 등이 2명 이상의 선발투수를 원하고 있어 매우 활발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가능성 있는 선발들은 대박을 터뜨릴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애런 놀라는 2억 달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한 블레이크 스넬은 7년 2억4500만 달러를 받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비교된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일본 최초 2억 달러대 투수가 될 수 있다. 제임스 팩스턴, 류현진 등 여러 선수들이 부상 이후에도 여전히 인기가 있다’며 후끈 달아오른 선발 FA 시장 분위기를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