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에겐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전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계약의 두 배 넘는 조건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온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FA 선수 50명의 랭킹을 선정하며 계약 규모도 예측했다. 전체 14위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는 4년 6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따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예상을 내놓은 팬그래프 칼럼니스트 벤 클레멘스는 ‘이정후는 일본프로야구 선수들에 비해 와일드카드에 가깝다. KBO리그에서 건너온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가 적기 때문에 예측에 있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최고 레벨에서 실전 배움이 필요한 선수에게 거액을 보장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교 대상은 역시 KBO리그 출신 김하성이다. 클레멘스는 ‘김하성은 24세 시즌에 최고 수준의 타격 성적을 냈고, 엘리트 내야수로 수비력까지 보여주며 4년 2800만 달러에 샌디에이고와 계약했다. 이정후는 KBO에서 김하성보다 공격적으로 더 나은 활약을 했고, 김하성과 마찬가지로 수비에서 가치를 더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면을 조명했다.
부정적인 면도 빼놓지 않았다. 클레멘스는 ‘이정후의 공격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된다. 한 자릿수 중반의 삼진율과 많은 2루타로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지만 엄청난 파워를 가진 타자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 상대로 높은 컨택율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며 장타력 부족과 리그 적응을 우려했다.
하지만 클레멘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후가 김하성보다 두 배 이상 큰 계약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하성의 계약은 당시에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그 이후 야구계 시장가가 올랐다. 타격, 특히 젊은 타자가 시장에 부족하다. 이런 요소들이 이정후에게 좋은 계약을 안겨줄 것이다’며 타자풀이 얕은 이번 FA 시장 상황이 이정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이날 팬그래프 FA 랭킹에서도 타자는 1위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 3위 1루수·외야수 코디 벨린저, 7위 3루수 맷 채프먼, 13위 3루수 제이머 칸델라리오에 이어 이정후가 5위였다. 외야수 중에선 벨린저 다음 넘버투. 팬그래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매체에서 대동소이한 랭킹과 예상 계약 규모를 내놓고 있다.
이정후의 예상 몸값은 디애슬레틱은 4년 5600만 달러, ESPN는 5년 6300만 달러, CBS스포츠는 6년 9000만 달러,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5년 5000만 달러를 예측했다. 거의 모든 주요 매체들이 최소 5000만 달러를 기본으로 보고 있다.
팬그래프의 분석가 에릭 롱겐하겐도 이정후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는 ‘이정후는 2020년부터 팬그래프가 선정한 100대 유망주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KBO 슈퍼스타였던 아버지 이종범의 야구 혈통을 이어받은 외야수로 뛰어난 타격과 수비력을 갖췄다’며 ‘이정후의 가장 큰 장점은 특유의 배트 컨트롤로 스트라이크존 곳곳의 공을 필드 모든 곳으로 보낸다는 점이다. 그의 스윙은 매우 멋지고, 보는 재미가 있다. 눈과 손의 협응력, 정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놀랍다’고 이정후의 타격 소질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아시아 타자들은 빠른 공을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데 있어 오차 범위가 넓다’며 ‘이정후는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 93마일(149.7km) 이상 패스트볼 154구를 상대로 타율 .268 출루율 .348 장타율 .415를 기록했다. 94마일(151.3km) 이상 나온 96구를 상대로는 타율 .276 출루율 .300 장타율 .379를 기록했다’며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불안 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롱겐하겐은 ‘이정후의 중견수 수비는 전반적인 팀 기여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평균 이상 주자로 강한 팔도 갖고 있다. 올해 발목 부상으로 수술을 했는데 그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2018년에도 이정후는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바 있다’고 부상 이력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