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앞두고 있는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3년 전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보다 두 배 이상 큰 계약을 따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10일(이하 한국시간) 2023~2024년 메이저리그 FA 선수 랭킹과 더불어 계약 규모 전망을 내놓았다. FA 순위는 예상 계약 규모에 따라 매겨졌는데 이정후는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후의 계약 규모로 5년 6300만 달러를 예측한 ESPN은 ‘이정후는 대부분 구단이 주전이라고 생각하는 견고한 선수로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처럼 나이가 젊다. 하지만 임팩트 있는 타입은 아니다. 중견수도 소화할 수 있고, 타격도 할 줄 알지만 중간 정도의 파워를 가진 우익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른 타자들이 더 좋은 툴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젊은 나이에 중견수를 소화할 수 있는 유연성 때문에 야수 FA 2등급에서 가장 앞쪽에 있는 선수로 생각된다’며 타자가 부족한 이번 FA 시장 상황 특수를 이정후가 누릴 것으로 봤다. 이날 ESPN FA 랭킹에서 타자는 1위 오타니 쇼헤이, 4위 코디 벨린저, 8위 맷 채프먼에 이어 이정후가 4번째로 높았다. 외야수 중에선 벨린저 다음이다.
나아가 ESPN은 ‘이정후는 이번 계약으로 1100만 달러가 넘는 포스팅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며 ‘이 정도 수준의 포스팅 금액을 받은 마지막 KBO 야수는 2020~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격수 김하성(4년 2800만 달러)이다. 그는 지난 2시즌 동안 WAR 3.7와 4.4를 기록했다’고 김하성을 예로 들었다.
김하성은 지난 2021년 1월 샌디에이고와 4+1년 보장 2800만 달러 계약을 했다. 당시 원소속팀 키움은 김하성 포스팅 비용으로 552만5000달러를 받았다.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김하성의 두 배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여 키움도 3년 전보다 훨씬 큰 포스팅 비용을 받을 전망이다.
원래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최고 입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독점 협상권을 가졌던 포스팅 시스템은 2018년 7월 개정된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해 계약 의사가 있는 모든 구단과 30일 동안 자유롭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포스팅을 통해 KBO 구단이 받는 이적료도 선수와 구단의 계약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을 받는 것으로 세분화됐다.
선수의 전체 보장 계약금이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은 계약 금액의 20%를 KBO 구단에 지급한다. 2500만1달러~5000만 달러일 경우 최초 2500만 달러의 20%에 더해 2500만 달러를 초과한 금액의 17.5%를 더한 금액을 받고, 5000만1달러 이상일 경우 최초 2500만 달러의 20%와 2500만1~5000만 달러의 17.5%, 5000만1달러를 초과한 금액의 15%를 더한 금액이 합쳐져 이적료가 된다. ESPN 예상대로 이정후가 5년 6300만 달러에 계약하면 키움은 500만 달러, 437만5000달러, 225만 달러를 더해 총 1132만5000달러를 받게 된다.
ESPN은 ‘이정후의 평균 연봉이 김하성보다 낮진 않더라도 그 정도 수준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구단들의 반응도 있다’며 ‘이정후의 젊은 나이를 활용하기 위해 6년 계약을 제시할 팀도 있겠지만 이정후가 김하성처럼 빠른 FA를 위해 단기 계약을 우선시할 수도 있다’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ESPN이 선정한 FA 랭킹에는 이정후와 함께 류현진도 40위로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매체가 연봉 1000~1400만 달러로 1년 단년 계약을 예상했지만 ESPN은 2년 1400만 달러로 연평균 금액은 낮지만 다년 계약을 전망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ESPN은 ‘랜스 린과 함께 류현진은 1년 계약을 하기 좋은 후보로 보였다. 지난 2시즌 동안 평균 구속이 88.8마일(142.9km)에 그치면서 17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다년 계약으로 관심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며 ‘플레이오프에선 뒷전으로 밀릴 수 있지만 믿을 수 있는 4~5번째 선발투수를 찾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FA 랭킹 전체 1위는 투타겸업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로 계약 규모는 10년 5억2000만 달러가 예상됐다. 지난 2019년 3월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이 LA 에인절스와 12년 4억265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한 게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인데 이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위도 일본인 선수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로 7년 2억1200만 달러가 전망됐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아시아 선수 중 역대 최초로 2억 달러 계약이 유력하다.
그 다음으로 3위 투수 블레이크 스넬(6년 1억5000만 달러), 4위 중견수 코디 벨린저(7년 1억4700만 달러), 5위 투수 애런 놀라(5년 1억2000만 달러), 6위 투수 조던 몽고메리(5년 1억600만 달러), 7위 투수 조쉬 헤이더(5년 1억500만 달러), 8위 3루수 맷 채프먼(4년 1억 달러), 9위 투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4년 7200만 달러), 10위 투수 소니 그레이(3년 6900만 달러), 11위 투수 이마나가 쇼타(4년 6800만 달러), 12위 투수 루카스 지올리토(4년 6800만 달러), 13위 투수 마커스 스트로먼(3년 6300만 달러) 순으로 14위 이정후 앞 순위에 위치했다.
랭킹 50위에는 들지 못한 FA 선수로는 투수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루이스 세베리노, 코리 클루버, 댈러스 카이클, 매디슨 범가너, 포수 게리 산체스, 내야수 조이 보토, 키케 에르난데스, 외야수 케빈 키어마이어, 앤드류 맥커친, 조이 갈로 등이 있었다. 올해 KBO리그 외국인 선수로 활약한 에릭 페디가 선발투수로, 웨스 벤자민이 구원투수로, 오스틴 딘이 외야수로 메이저리그 FA 리스트에 이름이 들어간 것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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