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행이 이어질 수 있을까.
한화 우완 투수 장민재(33)는 지난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았다. 라커에 있는 개인 물품을 몇 가지 챙겨갔다. 매일 집처럼 드나들던 곳이라 새로울 게 없었지만 이날은 조금 달랐다. FA를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장민재는 조만간 데뷔 첫 FA 자격을 취득한다. LG와 KT의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KBO가 FA 자격 선수를 공시한 뒤 신청자를 받는다. 지난 2009년 데뷔 후 15년을 뛰면서 얻은 훈장 같은 자격으로 장민재는 FA 신청을 결심했다.
그는 “FA 신청을 한다. (일본 마무리캠프로 인해) 지금 대전에 아무도 없어 개인 운동을 위해 짐을 챙겨간 것이다”며 “계약 관련한 것은 에이전시에 다 맡기고 개인 운동에 전념할 것이다”고 말했다.
FA 자격을 앞두고 있지만 한화를 향한 마음은 변함없다. 장민재는 “(우선 순위는) 당연히 한화에 남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화도 성실함으로 무장한 베테랑 선수로 모범이 되는 장민재와 계속 동행하길 바라고 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2차 3라운드 전체 2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장민재는 올해까지 15년을 한 팀에 몸담은 원클럽맨. 통산 287경기(113선발·751⅓이닝) 34승53패4홀드 평균자책점 5.19 탈삼진 507개를 기록했다.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선발, 구원 보직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투수로 팀에서 필요로 하는 자리를 묵묵히 메웠다. 140km대 안팎의 빠르지 않은 공으로도 칼같은 제구와 공격적인 승부, 주무기 포크볼로 역투했다. 지난해 32경기(25선발·126⅔이닝) 7승8패 평균자책점 3.55로 개인 최고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25경기(13선발·69이닝) 3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4.83으로 다소 주춤했다. 시즌 첫 8경기(42⅓이닝)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2.76으로 호투했지만 외조모상을 겪은 뒤 마음 고생으로 체중이 빠지며 페이스가 한풀 꺾였다.
퓨처스 팀에도 다녀오며 조정의 시간을 거친 장민재는 9월 이후 12경기(12이닝)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3.00으로 불펜에 힘을 보탰다. 보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쓸 수 있는 투수라 활용 가치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한화 한 팀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투수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내야수 오선진이 장민재보다 입단이 1년 빠르긴 하지만 2021년 시즌 중 트레이드로 삼성에 1년 반 있다 왔다. 2013~2014년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13년간 한화 유니폼을 입은 장민재는 현재 팀에 있는 선수 중 가장 오래됐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과 친화력으로 후배들의 신망도 두텁다. 언젠가 한화로 돌아올 류현진이 가장 아끼는 후배가 장민재이기도 하다. 겨울에 류현진과 훈련을 할 때마다 한화 후배들을 한두 명 데려가며 연결 고리 역할도 했다. 류현진 역시 한화 복귀시 마음이 잘 맞는 장민재와 함께하길 기대하고 있다.
연봉이 1억1500만원으로 크게 비싸지 않은 장민재는 FA C등급이 유력하다. 만약 다른 팀에서 그를 영입한다면 보상선수 필요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 즉 1억7250만원만 보상하면 된다.
한화는 지금까지 내부 FA 선수들을 거의 다 잡았다. 어느 팀과도 계약을 하지 못한 2006년 차명주, 2011년 최영필과 이도형을 제외하면 31명 중 29명과 FA 재계약을 했다. 다른 팀에 빼앗긴 FA는 2004년 이상목(롯데 이적), 2011년 이범호(KIA 이적) 2명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내부 FA 투수 장시환을 3년 9억3000만원에 잔류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