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운명의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투수로 LG 트윈스 킬러를 낙점했다. 올 시즌 웨스 벤자민(30)의 LG 상대 평균자책점은 0.84에 달한다.
벤자민은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LG 트윈스와의 3차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KT는 지난 2경기서 LG와 나란히 1승씩을 주고받았다. 선발 고영표의 호투와 9회 문상철의 결승타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기선을 제압했고, 2차전 또한 1회부터 4점을 뽑으며 기세를 이었지만 믿었던 필승조 박영현이 8회 박동원 상대로 뼈아픈 역전 결승 투런포를 헌납했다. 이제 10일 3차전과 11일 4차전은 KT의 홈인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다.
KT는 1승 1패에서 2승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 카드를 꺼내들었다. 벤자민의 KBO리그 2년차 시즌 기록은 29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54로, 20승을 거둔 에릭 페디(NC)에 이어 다승 2위에 올랐다.
벤자민은 지난달 6일 수원 삼성전에서 왼팔 통증을 느끼며 2이닝 만에 조기 교체됐다. 다행히 3주의 긴 휴식기 동안 착실히 재활을 진행하며 상태를 회복시켰고, 31일 NC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이닝 3실점, 11월 5일 5차전에서 5이닝 2실점(1자책)을 남겼다. 벤자민은 나흘의 휴식을 갖고 한국시리즈 3차전 마운드에 오른다. 그의 한국시리즈 데뷔전이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벤자민은 “한국시리즈를 벤치에서 재미있게 즐겼다. 추운 날씨였지만 KT 팬들과 우리 선수들의 열정이 나와서 감동적이었다. 잠실에 워낙 LG 팬이 많아 KT 선수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우리 팬들도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데뷔 첫 한국시리즈를 벤치에서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벤자민의 올 시즌 별명은 ‘쌍둥이 킬러’였다. LG 상대로 9개 구단 중 최다인 5경기에 나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32⅓이닝 3자책)를 남겼다. 개막전이었던 4월 1일 수원 6이닝 1실점(비자책) 승리를 시작으로 5월 16일 잠실에서 6이닝 5실점(1자책), 7월 5일 다시 잠실에서 5⅓이닝 2실점(1자책), 7월 25일 수원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4연승을 질주했다. 9월 6일 수원에서는 노 디시전에 그쳤지만 역시 7이닝 1실점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
LG 염경엽 감독은 “벤자민이 이상하게 우리와 경기를 하면 구속이 올라가고 제구력이 좋아진다”라고 혀를 내둘렀고, 이호준 타격코치도 “벤자민이 정규시즌 내내 우리 상대로만 기가 막힌 코너워크 제구를 선보였다”라고 답답해했다.
벤자민에게 비결을 묻자 “LG를 만나서 좋은 게 아니라 LG가 좋은 팀이라서 내가 더 집중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며 “LG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는 부분이 만족스럽고 자신감이 생긴다. 이번 시리즈에도 강세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LG가 나를 많이 연구하고 나올 거 같은데 얼른 좋은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벤자민은 KT의 우승을 위해 3차전 등판 이후 불펜 대기도 감수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그는 “이길 수 있는 경기에 내가 나갈 수 있다면 최대한 준비를 할 것이다. 물론 가을야구 시작하기 전에 몸이 좋지 않아서 재활을 진행했지만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것”이라며 “2017년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 있을 때 우승반지를 끼었던 기억이 있다. 올해 KT에서도 꼭 반지를 받고 싶다”라고 우승 열망을 전했다.
벤자민은 텍사스 동료들로부터 우승 기운도 전달받았다. 텍사스는 지난 2일(한국시간)을 끝으로 막을 내린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4승 1패로 꺾고 창단 첫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벤자민은 “함께 뛴 동료들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데인 더닝을 비롯해 옛 동료들에게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올해 너무 좋은 플레이를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했다”라고 전했다.
벤자민이 출격하는 10일 경기는 수원KT위즈파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시리즈다. KT는 2년 전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창단 첫 통합우승을 거뒀지만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고척스카이돔 중립경기를 치렀다.
벤자민은 “내가 그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설 수 있어 영광스럽다”라며 “올해 수원에서 기록이 좋았고, 1, 2차전과 달리 많은 KT 팬들 앞에서 던질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이 된다”라고 말했다.
벤자민은 올 시즌 수원에서 14경기 선발 등판해 5승 3패 평균자책점 3.60(75이닝 30자책)의 좋은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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