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KT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경기는 역대급 불펜 데이로 기록될 것이다. LG의 두터운 불펜진이 만든 명품 경기였다.
선발 최원태가 1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 2점을 허용하고 1사 2,3루에서 강판됐다. 이후 이정용이 올라와 첫 타자 배정대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지만, 불펜 7명이 8⅔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불펜진이 빈틈없이 돌아가는 동안, 3회 오스틴의 1타점, 6회 오지환의 솔로포, 7회 김현수의 1타점에 이어 8회 박동원의 역전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5-4로 승리했다.
올 시즌 LG 불펜진의 위대함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염경엽 감독이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공을 들여서 불펜 뎁스를 강화시켰고, A조와 B조로 나눠 운영해도 될 7~8명의 필승조를 만들었다.
올 시즌 LG 불펜은 잔부상이 돌아가면서 생겼다. 마무리 고우석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담 증세로 부상을 당했고, 4월 중순 복귀해서는 4월말에는 허리 부상으로 한 달 가량 이탈하기도 했다.
올해 세이브를 기록한 LG 투수는 무려 9명이다. 고우석(15세이브)을 비롯해 박명근(5세이브), 김진성(4세이브), 함덕주(4세이브), 백승현(3세이브) 이정용(3세이브), 유영찬(1세이브), 최동환(1세이브), 최성훈(1세이브)이 세이브를 기록했다.
LG 불펜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숫자는 또 있다. 올해 LG 선발 투수가 1이닝 이하로 던진 경기가 3차례 있었다. 그 3경기에서 LG는 2승 1패를 기록했다.
4월 2일 KT와 경기에서 선발 김윤식이 4-2로 앞선 2회초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무사 만루 위기에 몰리자 강판됐다. 이후 임찬규를 시작해 임찬규(2이닝)-백승현(2이닝)-김진성(1이닝)-정우영(1이닝)-박명근(⅓이닝)-진해수(⅓이닝)-이정용(1⅓이닝)-함덕주(2이닝)까지 8명의 불펜이 투입됐다. 타격전 끝에 연장 11회 이천웅이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키며 10-9로 승리했다.
6월 22일 창원 NC전에서 선발 이민호가 1이닝 3피안타 2볼넷 3실점을 허용하고 강판됐다. 2회부터 이지강(5이닝), 정우영(1이닝), 최동환(1이닝), 함덕주(1이닝), 박명근(3이닝)이 무실점 계투를 펼치며 연장 11회초 허도환의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뽑아, 4-3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8월 27일 창원 NC전에서는 선발 임찬규가 안타-안타-사구로 1회 무사 만루를 만들자, 지체없이 강판시켰다. '0이닝 강판'이었다. 이후 최동환(2이닝 무실점), 박명근(1이닝 1실점), 백승현(1이닝 2실점), 정우영(2이닝 1실점) 유영찬(1이닝 무실점), 김진성(1이닝 무실점)이 이어 던졌는데, 아쉽게 3-5로 패배했다.
LG 선발 투수가 3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된 경기는 올 시즌 13경기나 됐다. LG는 4승 9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6월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선발 켈리가 1⅔이닝 6실점으로 조기 강판됐으나 13-7로 승리했다. 8월말까지는 4승 5패였다. 9월 이후로 4패를 추가했는데, 2패는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이후였다.
또 선발 투수가 3이닝을 넘기고 4회 도중에 교체된 경기도 13경기가 있었다. 승패는 6승 7패를 기록했다. 승률 .462로 높았다. 올 시즌 LG는 선발 투수가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총 26경기에서 10승 16패, 승률 3할8푼4리로 상당히 괜찮은 기록을 남겼다. 불펜이 잘 버텨주면서, 타선이 터지면서 역전을 한 경기가 제법 많았다.
한편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투수가 1회 1아웃만 잡고 강판된 것은 최원태가 역대 5번째였다. 이전 기록을 보면 1986년 삼성-해태 4차전에서 삼성 선발 권영호가 1아웃 강판됐고, 삼성은 패배했다. 1993년 해태-삼성 6차전에서 해태 선발 문희수가 1아웃만 잡고 교체됐고, 해태가 승리했다. 1994년에는 LG-태평양의 4차전 때 태평양 선발 최창호가 1아웃 만에 교체됐고, 패배했다. 2002년 삼성-LG의 3차전에는 LG 선발 최원호가 1아웃 강판됐고, LG가 패배했다.
참고로 ‘선발 1아웃 강판’ 악재를 딛고, 승리를 거둔 1993년 해태만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최원태의 1아웃 4실점 강판에도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LG에 좋은 선례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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