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KT전. 개막시리즈 2번째 경기였다. 개막전에서 완패한 LG는 2차전에 선발 투수로 김윤식을 내세웠다.
LG는 1회초, 개막전 패배를 되갚기 위해 타선이 경기 시작하자마자 힘을 냈다. 톱타자 서건창부터 4번 오스틴까지 4타자 연속 안타를 비롯해 안타 6개를 몰아쳐 4점을 뽑았다. 그러나 선발 김윤식이 1회말 알포드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했고, 2회말 안타와 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염경엽 감독은 김윤식을 강판시키고, 임찬규를 2번째 투수로 올렸다. 당시 임찬규가 롱릴리프 역할이었다.
임찬규가 무사 만루 위기에서 1점도 주지 않고 막아냈다. LG는 3회초 4안타 3사사구를 묶어 5점을 뽑는 빅이닝으로 9-2로 달아났다. 그런데 임찬규가 3회말 3점을 허용하면서 9-5로 추격을 당했다. 이후 4회 백승현, 6회 김진성, 7회 정우영이 이어 던지며 실점없이 막아냈다.
LG는 8회말 박명근과 진해수, 이정용까지 줄줄이 투입했는데 4점을 내주며 9-9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당시 마무리 고우석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빠져 있었다. 연장 10회초 LG는 스퀴즈번트로 10-9를 만들었고, 함덕주가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선발 김윤식(1이닝 39구 2실점) 이후 임찬규(2이닝 40구 3실점, 홀드)-백승현(2이닝 25구 무실점)-김진성(1이닝 9구 무실점)-정우영(1이닝 18구 무실점)-박명근(⅓이닝 12구 2실점)-진해수(⅓이닝 7구 1실점, 홀드)-이정용(1⅓이닝 34구 1실점)-함덕주(2이닝 29구 무실점, 승리)까지 8명의 불펜이 투입됐다. 극적인 시즌 첫 승을 거뒀다.
# 11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 LG는 앞서 1차전에서 9회 마무리 고우석이 실점하며 2-3으로 패배했다. 2차전, LG는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1~2차전을 패배하고서 우승한 사례는 20차례 중 딱 2번 밖에 없었다. 2차전까지 패배하면, 우승 확률이 10%, 벼랑 끝에 몰린다.
선발 투수는 최원태였다. 7월말 트레이드 마감 때 타격 유망주 이주형, 신인 투수 김동규 그리고 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까지 내주며 ‘우승’을 위해 영입한 투수였다. 그 몫을 해낼 순간이 왔다. 그러나 최원태의 구위와 제구 모두 실망이었다.
첫 타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안타,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박병호를 가까스로 3루수 땅볼로 유도, 3루주자를 홈에서 아웃시켜 실점없이 1사 만루가 됐다. 하지만 장성우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았다. 1사 2,3루,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를 강판시켰다. 재빨리 준비시킨 이정용을 조기 투입했다.
최원태는 1회 1아웃만 잡고 투구수 20구 만에 강판됐다. 한국시리즈 역대 선발 최소 이닝 공동 2위 불명예를 안았다. 이정용이 첫 타자 배정대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0-4가 됐지만, 이후 염 감독은 불펜 투수를 줄줄이 투입해 역대급 경기를 만들어냈다.
이정용이 2회까지 던졌고, 3회 정우영이 책임졌다. 4회 1사 1,2루 위기에서 정우영에 이어 김진성 차례.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가 됐지만, 김진성은 뜬공과 삼진으로 실점없이 위기를 넘겼다. 5회 백승현이 등판해 2사 1,2루가 되자 유영찬이 올라왔다. 유영찬이 삼진으로 위기를 막았다. 6회 삼자범퇴로 막은 유영찬은 7회 KT 2~4번 중심타선을 뜬공, 삼진, 땅볼로 7타자 연속 범타로 막았다.
불펜이 철벽 릴레이를 이어가는 사이 LG는 한 점씩 한 점씩 추격했다. 3회말 2사 1,3루에서 오스틴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고, 6회말 오지환의 솔로포, 7회말 2사 1루에서 김현수가 우선상 2루타로 3-4 한 점차로 따라 붙었다.
8회초 함덕주 실점없이 막았고. 그리고 약속의 8회. 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KT 불펜 박영현 상대로 오지환이 볼넷을 골랐고, 박동원이 초구를 때려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LG팬들로 매진이 된 잠실구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9회 마무리 고우석이 삼자범퇴로 막고 전날 패배를 되갚았다.
선발 최원태(⅓이닝 20구 4실점)-이정용(1⅔이닝 28구 무실점)-정우영(1⅓이닝 26구 무실점)-김진성(⅔이닝 13구 무실점)-백승현(⅔이닝 22구 무실점)-유영찬(2⅓이닝 22구 무실점)-함덕주(1이닝 11구 무실점, 승리)-고우석(1이닝 10구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했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필승조 자원을 더 키워냈다. 지난해까지 정우영, 이정용, 김진성, 고우석이 뒷문을 책임졌는데, 2년간 부상을 겪은 함덕주와 신예 백승현, 유영찬, 박명근까지 필승조가 됐다. 공교롭게 시즌 초반 고우석은 부상, 정우영과 이정용은 부진했다. 플랜B로 키워낸 새로운 필승조 4명이 그들의 공백을 잘 메워냈다.
염 감독은 "넥센 시절 필승조 2~3명으로 했는데, 부족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필승조가 6~7명까지 있다"며 LG 불펜 뎁스를 다른 팀들보다 확실하게 우위로 만들어냈다. 시즌 후반, 불펜이 전원 필승조에 가까워졌다.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는 2차전 1회 위기에서 염갈량은 선발 투수 1아웃 강판을 선택했다. 필승조 7명의 숫자를 믿었다. 불펜이 실점없이 막아내자, 정규 시즌 리그 최고의 타격을 보여준 타선이 포기하지 않고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만들어냈다.
염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정규 시즌에서 우리 투수진이 3점 이내로 막고, 5점 정도를 뽑아야 이기는 경기를 해 왔다. 한국시리즈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어제(1차전)는 투수들이 잘 방어했다고 얘기했는데, 3점 이내에 막았다. 우리 타선이 찬스를 만들어놓고 결과들을 못 내면서 결국 힘든 시합을 했다. 매 경기 잘할 수는 없는 거니까, (타선이) 터질 때도 있고 안 터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또 한 게임 했으니까, 좀 긴장감도 풀렸을 거다. 두 번째 게임이라 선수들이 좀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펜 7명이 8⅔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타선이 승리에 꼭 필요한 5점을 냈다.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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